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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은수저와 자녀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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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08 20:54:58 수정 : 2016-08-08 20: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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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알바하는 오바마 딸 신선한 충격
우리 사회에 그런 지도층 얼마나 될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막내딸의 행보가 화제다. 여름방학을 맞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16세 사샤의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다. 사샤는 미 서북부 해안의 휴양지에 있는 해산물 식당에서 아침부터 영업 준비, 서빙하기, 빈 그릇 치우기 등을 하고 있다. 1만5000원 정도의 시급을 받는다. 식당이 위치한 곳은 가족이 매년 여름휴가를 보내는 곳이다. 오바마 가족이 가끔 들르는 식당이다.

‘수저계급론’이 회자되는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이 될 만한 소식이다. ‘금수저 중의 금수저’에 속하는 대통령의 어린 딸이 보여준 모습이다. 금수저는 부모의 재력과 능력이 너무 좋아 아무런 노력과 고생을 하지 않아도 풍족함을 누릴 수 있는 자녀를 지칭한다. 온라인상에는 다이아몬드 수저, 은수저, 동수저, 플라스틱수저, 나무수저, 흙수저 등 다양한 용어도 언급된다. 신분 상승이 어려워진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직업, 경제력 등이 본인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자조적인 탄식이 담긴 단어이다. 

수저론은 ‘은수저’에서 나왔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라는 영어표현이 그 기원이다. 유럽에서는 18세기가 돼서야 식당에서 수저가 제공됐다. 이전에는 개인이 수저를 가지고 다녀야 했다. 이에 은수저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부의 상징이었다. 음식의 독성도 파악할 수 있었던 은수저는 귀족의 필수 휴대품이었다. 부유층에서 태어난 아기는 유모의 젖을 은수저에 받아 먹이던 풍습도 있었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라는 표현은 1719년에 처음 영어로 등장한다. 1605년 출판된 세르반테스의 걸작 소설 돈키호테의 영어 번역본에서다. 산초가 그의 처 테레사에게 “반짝인다고 다 금이 아니고, 모든 사람이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것은 아니야”라고 말한다. 따라서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세르반테스가 창작한 표현이다. 작가가 거의 같은 의미인 스페인의 속담 ‘금 요람에서 태어나다’를 다르게 표현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은수저는 수백 년 동안 동서양에서 집안 배경이 좋은 사람을 표현하거나 그런 환경에서도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개인의 사생활이 공개되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사회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부유층 자녀의 ‘비정상적’ 행동에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푸얼다이’(富二代)라는 용어가 자주 언급된다. 부를 이어받아 돈 걱정 없이 사는 2세대를 비꼬는 말이다.

어느 시대에나 그리고 어디에서나 사회를 병들게 하는 체념과 분노는 있어왔다. 해소되지 못하고 쌓일 경우 혁명으로 이어지곤 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막기 위해 서구사회는 분배를 강조하고 복지를 늘려왔다. 또 ‘은수저’에 대한 오랜 비아냥거림의 역사를 잘 인식하고 있는 사회지도부는 나눔과 배려의 문화를 키워왔다.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는 억만장자가 늘어나고 있다. “두 딸이 최대한 일반적인 삶을 살도록 하겠다”는 교육관을 가진 영부인 미셸 오바마도 있다. 16살 딸에게 ‘아르바이트 해봐라’라고 권유할 우리의 부모는 얼마나 될까.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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