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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우리는 용의 발톱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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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10 21:54:58 수정 : 2016-08-10 21: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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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안보·국익 좇는 건 당연
박 대통령·시 주석 관계 돈독
“북한 핵 해결되면 사드 불필요”
사드 갈등 특사 파견해 풀면 돼
1975년 4월 베트남. 월맹 공산군의 대규모 공격으로 월남의 운명은 풍전등화인데 좌파 지식인과 전직 관료들은 수도 사이공에서 결성한 ‘월남민족·민주·평화세력연합’을 중심으로 반정부운동에 몰두하고 있었다. 결국 4월 21일 응우옌반티에우 대통령이 사임하고, 쩐반흐엉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승했으나 일주일 만에 퇴진하고, 28일 즈엉반민 장군에게 인계됐다.

마오쩌둥이 보낸 중국 공산당 고위 특사가 즈엉반민 대통령을 극비밀리에 찾아왔다. 메시지는 “우리가 지원할 테니 항복하지 말라”는 내용. 겉으로는 월맹과 베트콩을 지원하던 중국의 이중 행각이다. 중국은 결코 베트남 통일을 원한 게 아니었다. 195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나는 독일을 너무 사랑한다. 그래서 둘이었으면 좋겠다”는 역설처럼 말이다.

조정진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위원
베트남이 분단돼 있는 것이 중국에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즈엉반민 대통령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우리는 통일할 기회가 없다”고 말하며 4월 30일 전격적으로 항복을 선언했다. 취임 이틀째다. 자유 월남은 패망했고, 공산 통일됐다. 군인·경찰·정치인은 물론 종교인 등 반체제 인사들도 대부분 숙청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반체제 활동하던 자들은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똑같은 짓을 할 우려’ 때문이다. 베트남 통일로 동남아 진출로가 막히자 중국은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인근 바다를 자국 영해라고 우기는 남중국해공정으로 이 지역을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

지난달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패소 이후 중국이 표변하고 있다. 숨겨놨던 용의 발톱을 드러낸 것이다. 한·미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전개 계획을 밝히자마자 벌떼처럼 일어나 한국을 공격하고 나섰다. PCA 패소로 흉흉해진 민심을 돌리려는 내치용 성격이 강하다. 비자 발급요건 강화, 한류스타 활동 불허, 한·중 합작사업 중단 등 보복을 시작했다. G2 국가로서 체통은 내려놓은 듯하다. 쩨쩨하고 옹졸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서방 국가원수로서는 유일하게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다. 덕분에 집안잔치로 전락할 뻔했던 행사가 본때 있게 진행됐다. 6번의 정상회담을 가진 시진핑 주석과는 만날 때마다 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2013년 “박 대통령은 중국 국민과 나의 라오펑유(老朋友)”라고 했다.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친구’라는 의미다. 중국 언론도 ‘퍄오다제(朴大姐·박 큰누나)’로 부르며 친밀함을 표시했다.

앞서 2005년 저장성 당서기였던 시 주석은 첫 방한길에 박근혜 의원 면담을 요청했고, 박 의원은 다른 일정을 미루면서까지 그와 만났다. 그가 부탁한 박정희와 새마을운동 자료 라면상자 2개 분량도 챙겨줬다. 누군가 시진핑이 앉은 의자를 가리키며 “박정희 대통령이 사용하던 의자에 앉아봤으니 나중에 크게 되실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는 일화도 전해온다.

이처럼 정상 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양국이 졸지에 어색해졌다. 핵심 국익인 안보 때문이다. 사드 배치의 제1 원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다. 비핵 국가인 한국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다. 중국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왜 반대할까. 겉으로는 대륙 곳곳에 배치한 탄도미사일의 전략적 효용가치 상실이다. 또 다른 이유는 한·미동맹과 한·미·일동맹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다.

중국도 고민은 있다.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이다. 중국에게도 북핵은 계륵과 같은 존재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외교다. 대통령은 중국에 사드특사를 파견할 필요가 있다. 특사는 대통령의 오른팔과 중국통을 2인1조로 보내는 게 좋다. 특사는 중국이 발끈한 핵심 이유인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는 우리 정부의 3노정책에 대해 해명하고,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면 된다. 이참에 통일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하면 전화위복, 금상첨화가 아닐까. 중국도 내심 박 대통령의 사드특사를 기다릴지 모른다. 한·중 불화로 중국의 경제 피해도 만만치 않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조정진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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