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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국회가 수사도 하려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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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17 21:28:45 수정 : 2016-08-17 21: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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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법안은
국회에 수사권을
위임하라는
해괴망측한 법
국회의원 30명이 의기투합하면 수사개시를 할 수 있게 된다(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18조 3항). 이른바 수사권 발동이다. 검찰 또는 경찰이 파헤치고 있는 수사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 공수처가 수사를 넘기라고 하면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16조 1항). 공수처가 검찰보다 우선이다. 국회에 발의된 공수처 법안이 통과되면 벌어질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국민들은 잘 모른다. 일부 검사의 방종을 처벌해야 한다는 결집된 분노가 공수처 설립 여론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입법부가 사법부의 권한을 향유하게 되는 헌법질서 파괴를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120억원대 주식대박을 터트린 진경준, 불법로비 의혹을 받는 홍만표, 검찰도 손 못 대는 민정수석비서관 우병우…. 모두 검사출신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인사들은 검찰의 비대한 권한이 숙주가 돼 비리 검사를 배양하고 있다고 여긴다. 일탈 검사를 솎아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사태를 여기까지 굴러오게 만들었다. 

한용걸 논설위원
여론을 주도하던 정치인들의 잇속 계산을 눈치채지 못한 국민들은 공수처 신설을 검찰개혁의 시작과 끝으로 이해했다. 시민단체들도 환호했다. 개혁에 대한 목마름이 타당성 여부를 따지는 검증단계를 건너뛰었다. 압박을 받는 검찰이 자정운동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그런 단계를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누구를 위한 공수처인가. 누가 좋아할 것인가. 대통령 밑에다 둘 것인지, 법무부에 둘 것인지, 대법원에 둘 것인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인들이 모자이크해 놓은 게 있다. 공수처의 사무를 통할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처장을 국회가 선정한다는 것이다. 처장 후보자의 추천을 위하여 국회에 추천위원회를 두도록(7조 1항) 했기 때문이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등이 들어가지만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 등이 좌지우지하는 구조이다. 추천위가 후보를 단수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5조 1항). 국회의 선택권이 절대적이다. 처장은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 출석해 보고하고 답변해야 한다(6조2항). 수사정보 유출 혐의에서 자유로운 해괴망측한 조항이다. 비밀유지가 생명인 수사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만든 배경이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의원들이 보고를 받고 수사 방향을 틀 수도 있다. 충분한 범죄혐의가 없는 경우 수사를 중지하거나 기소하지 않아야 한다(19조 2-1항)는 조항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인 보호막으로 악용될 개연성 때문이다. 조항을 세세히 따져보니 국회에 검찰 조직 하나를 설립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가져온다. 앞으로 검찰이 국회의원에 대해 직접 수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가 된다. 수사권을 주무르게 될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나올지 훤히 보인다. 배지만 달면, 내부조율만 되면, 공수처를 바람막이로 이용해 기소되지 않고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된다. 하늘도 놀라워하는 그들의 꿍꿍이를 당장 확인할 수 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 국회의원들도 처벌 대상이었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임직원에 그 배우자가 포함됐다. 민간인 적용대상이 400만명이다. 국회의원은 빠졌다.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정책운영 등의 개선에 관한 제안과 건의는 허용한다’(5조 2항3)는 문구를 넣어 의원열외 명분을 만들었다. 일반 국민들은 이러한 사정을 잘 모른다. 공무원들의 갑질에 당한 분노가 판단력을 흐리게 한 것이다.

공수처장 선발권을 국회가 좌지우지하는 등 공수처를 국회 권력 아래에 두는 게 맞는가. 검찰개혁안을 만들고 있는 대검이 답해야 한다. 검찰 권력의 분산과 통제가 해결책이다. 스스로를 버리는 각오로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 제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요술방망이를 내려놓으면 된다. 권한을 나누고 다른 조직으로부터 견제받는 장치를 만들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입법부가 수사·기소권을 갖게 되는 괴물의 출현을 봐야 할 것이다. 비난은 검찰이 두고두고 뒤집어써야 한다. 국회 하청으로 수사하도록 하는 이 황당한 법안은 검찰의 부조리 때문에 발의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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