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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선율 가득한 명품 공연장…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입력 : 2016-08-22 10:02:41 수정 : 2016-08-22 10: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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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국악 전용홀 서울에 잇따라 개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정명훈의 지휘에 맞춰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최성환의 ‘아리랑’을 연주했다. 비애와 희망이 모두 녹아든 아리랑의 선율에 객석이 숙연해졌다. 마지막 음이 사라지자 정 지휘자는 다들 일어나라고 손짓했다. 갓 태어난 공연장의 첫걸음을 축복해달라는 듯했다. 관객 전원이 기립했다. 우렁찬 박수와 환호가 오래도록 울려퍼졌다.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의 개관 공연 장면이다. 서울의 소리가 풍성해졌다. 잠실과 종로에 각각 클래식 전용홀과 국악 전문 공연장이 연이어 들어섰다. 28년 만에 서울에 들어선 클래식 전용홀인 롯데콘서트홀은 개관 공연과 함께 위용을 드러냈다. 내달 1일에는 자연음향 국악 공연장인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첫선을 보인다.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에 앞서 정명훈 지휘자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인사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은 정 지휘자에게 선물하는 의미로 사전 예고 없이 브람스 헝가리안 댄스 1번을 깜짝 연주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롯데콘서트홀 첫발… 다시 만난 정명훈·서울시향

롯데콘서트홀의 개관은 차분하지만 알찼다. 공연은 별도 기념식 없이 소박하게 진행됐다. 당초 전날 저명인사 초청 기념행사를 열려 했으나 롯데그룹 수사로 무한연기됐다. 개관공연에는 정명훈 지휘의 서울시향이 함께 했다.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롯데홀이 진은숙 작곡가에게 공동위촉한 창작곡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을 연주했다.

이날 세계 초연한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는 ‘인간은 별의 먼지’라는 과학적·우주적 통찰을 음악으로 풀었다. 오케스트라에 합창, 세계 각국의 시 12편을 더했다. 광활한 우주로 초대하는 듯한 종소리로 시작한 곡은 별의 탄생과 소멸, 생의 경이까지 아득한 풍경을 눈앞에 펼쳐놓았다. 관객들은 기립과 환호로 만족감을 표했다. 진 작곡가는 공연이 끝난 뒤 “너무 감동해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곡을 초연하고 눈물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서울시향과 한 식구처럼 같이 해왔는데 그동안 너무 힘든 일이 있었음에도 정 선생님도 다시 오시고 이런 무대에 오를 수 있어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유정우 평론가는 이 곡에 대해 “세계적 현대음악 작곡가인 진은숙의 진보적 동시대성은 접어두고 서울시향의 합주력을 더 부각시켰다”고 평했다.

이날 관객의 관심은 롯데홀의 음향과 정명훈·서울시향의 재회에 모아졌다. 1부가 끝나고 만난 신동훈(32)씨는 “소리가 모이는 느낌과 시야각이 좋다”며 “정명훈 지휘자와 시향의 조합 덕분에 베토벤 서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귀에 담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남숙(56)씨는 “작년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송년 음악회 이후 처음이라서인지 오늘 연주는 더 열정적이었다. 최고다”며 “롯데홀은 울림이 좋고 미세한 소리도 잘 들렸다”고 평했다. 최씨는 “다만 로비가 좁고 객석 2층으로 가려면 세 개 층을 올라가야 해 불편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국내 최초로 클래식 전용홀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에 대해서는 대부분 ‘소리가 맑고 깨끗하다’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롯데홀에는 4958개의 파이프로 만들어진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롯데홀의 음향에 대해서는 상반기 시험연주 때보다 좋아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서울시향 김덕우 제2바이올린 2수석은 “테스트 공연 때보다 더 음향이 안정됐다. 좀더 영글면 훨씬 좋은 홀로 거듭날 수 있을 거 같다”고 밝혔다. 안동혁 더블베이스 수석 역시 “5월 시험 연주 때보다 소리를 내는 데 훨씬 편안했고 다른 악기 소리가 잘 들렸다”고 전했다.

롯데콘서트홀은 잠실 롯데월드몰 8∼10층에 들어섰으며 2036석 규모다. 롯데그룹이 사회공헌을 위해 1500억원 이상을 들여 지었다. 세계적 전문가인 일본 나가타 음향이 음향설계를 담당하고, 객석이 포도밭처럼 구획된 빈야드 구조여서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강북에 문 여는 자연음향 국악당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창덕궁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다. 본래 주유소 부지였던 공간을 국악 전문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지하 3층, 지상 1층에 140석으로 아담한 규모다.

돈화문국악당은 자연음향 공연장이다. 전자 기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연주자의 소리를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다. 또 국악 연주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췄다. 음향 전문가인 두세진 박사는 “국악당은 서양음악 공연장보다 울림이 적어야 하기에 클래식 공연장에서 국악을 공연하면 느낌이 전혀 다르다”며 “관객이 서양음악을 들을 때는 측면에서 반사음이 오는 걸 좋아하지만 국악은 야외에서 연주해왔기에 반대로 정면에서 바로 전해지는 음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잔향이 2.0초, 롯데콘서트홀이 2.6~3.1초인 반면 돈화문국악당은 0.9초로 훨씬 짧다.

돈화문국악당의 소리는 내달 2∼10일 개관축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일에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창작 실내악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3일에는 김정희의 동해안 별신굿 무대, 4일에는 양주풍류악회를 만날 수 있다. 이외에 경기민요 보유자 이춘희(6일), 삼현육각 보유자 최경만, 김무경, 이철주(8일), 판소리고법 예능보유자 정화영(9일), 꼭두각시 놀음의 김원민(10일)이 축하마당을 벌인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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