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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여체를 패션으로 조각… 예술적 리더십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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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3 21:34:23 수정 : 2016-08-23 21: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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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조각을 연상시키는 알라이아 드레스
‘패션은 무죄’라는 말이 있다. 많은 작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인 튀니지 출신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ia, 1939~)는 몸매가 드러나는 밀착 패션으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여체를 패션으로 조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성의 몸을 옥죄는 모습에서 폭력성이 읽혀지지만 정숙성과 에로티시즘을 버무려 여심을 사로잡았다. 엘레강스와 그로테스크가 결합된 ‘가학적 미학’의 전형이다. ‘미의 기본은 몸’이라는 철학을 통해 이질적인 요소를 융합해 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사진작가 빌 커닝햄(Bill Cunningham)이 알라이아 패션은 ‘제2의 피부 입기’라고 극찬했을 정도다. 심플한 선은 날씬한 실루엣을 만들어 내고 있다. 수묵화의 먹선을 연상시킨다.

화려함을 더해주는 드레스는 일상복과 댄서복의 결합으로 구현했다. 평상복 코드에 댄서의 리어타드(leotard: 아래 위가 붙은 형태의 소매가 없고 몸에 꽉 끼는 옷)를 적용시킨 것이다. 몸의 곡선을 잘 드러내기 위해 장식적인 요소도 배제했다. 밀착된 몸이 상스럽지 않게 하기 위해 어두운 무채색 색상을 사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먹물을 풀어 놓은 느낌이다.

알라이아는 늘 조각과 패션을 하나로 묶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했다. 결국 여체의 조각가가 된다는 자세로 패션을 이끌었다.

‘난쟁이 패션디자이너’로 인식될 정도로 키가 작았던 알라이아는 오히려 항상 키가 크고 강한 여성들에게 이끌렸으며 그들에게 옷을 입히는 것을 즐겼다. 일종의 보상심리였지만 몸에 대한 존중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티나 터너, 마돈나, 미셸 오바마 등이 그의 고객이다. 특히 나오미 캠벨이 신체적 핸디캡을 딛고 톱 모델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알라이아의 성공은 자신의 패션에 대한 관심보다도 다른 사람의 열망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할 수 있다. 요즘 작가들에게도 필요한 미덕이다. 타인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이끌림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알라이아는 늘 고객인 여성들과의 소통을 즐겼다. 그들의 요구와 바람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응답하려고 노력했다. 작가들도 작업실이라는 아성에 머물며 자기도취적인 작업에 만족하는 시대는 지났다. 타인과 공통의 ‘욕망’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찾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 예술적 리더십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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