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슈탐색] 무급 야근 다반사· 주 5일· 휴가는 '그림의 떡'

입력 : 2016-08-23 19:46:41 수정 : 2016-08-24 11:45:0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협력업체 근로자 '고달픈 삶의 무게'
'
부산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직원 김모(31)씨는 얼마 전 다니던 회사를 관뒀다. 주 6일 근무에 매일 이어지는 무급 야근을 견디기 힘들었다.

김씨는 “요즘 취업이 어려워 웬만하면 참고 다니려고 했지만 계속 못 쉰 데다 ‘입사 첫해는 여름휴가도 없다’는 상사의 말을 듣고 사직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정부 조사 결과 제조업 분야 대기업 협력업체 절반 이상은 연장근로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7월 자동차·금속가공·기계·고무·섬유 분야 2·3차 협력업체 100곳을 조사한 결과 많은 근로자가 잦은 야근과 휴일근무에 시달렸고, 연차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50곳은 주 12시간인 연장 근로 한도를 초과해 일을 시켰다.

연장 근로 한도 위반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금속가공제품 제조업(64.1%)이었다. 규모별로는 30∼100인 사업장이 58.5%로 가장 많았고, 이어 100∼300인 사업장(50%), 5∼30인 사업장(34.6%)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부산과 대전 권역이 각각 80%와 70%로 위반율이 높았고 경기 56.7%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연장 근로 한도 위반율은 50%에 달했다. 적발된 사업장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원청업체나 1차 협력업체 요구에 따라 납기일과 물량을 맞춰야 하는 구조에서 장시간 근로를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휴일 근로를 시킨 사업장은 39%, 주·야간 2교대로 운영되는 사업장은 33%, 직원들이 연차휴가 일수의 절반도 채 사용하지 못한 사업장은 48%로 조사됐다. 2012년 조사와 비교하면 항목별로 29∼48% 개선된 수치지만 여전히 근로자들은 정당한 대가와 휴식을 보장받지 못했다. 고용부는 이번 근로감독을 토대로 62개 사업장에서 총 19억원의 임금체불을 적발하고 시정 조치를 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목한 ‘장시간 근로 국가’다. 1996년 1인당 근로시간은 연간 2637시간으로 OECD평균 1867시간의 1.41배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2133시간으로 504시간이 줄었지만 여전히 OECD 34개 회원국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이 많았다. 세계 순위로는 멕시코(2246시간)에 이어 연평균 근로시간이 가장 길었다. 근무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과 비교하면 762시간이 길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근로 감독을 강화해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근로자가 눈치보지 않고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등 실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문화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올해 하반기 사업장 300곳을 대상으로 정기 근로감독을 벌이는 한편 다음달부터 장시간 근로가 많은 섬유·식료품·기계장비 100여곳을 토대로 수시 근로감독을 이어갈 방침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