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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했다”… ‘돌부처’ 박인비, 할아버지 보자 눈물 글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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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3 20:46:44 수정 : 2016-08-23 22: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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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여제’ 금의환향 “할아버지, 제가 해냈어요.” “그래 고생했다. 내 손주.”

리우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따고 23일 개선한 ‘골프 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인천 국제공항에 마중나온 할아버지 박병준(84)씨로부터 꽃목걸이를 건네받고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21일 여자골프 최종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짓고도 무뚝뚝했던 ‘돌부처’ 박인비였다. 하지만 그는 할아버지 앞에선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목에 걸려 있던 영광의 금메달을 벗더니 할아버지 목에 걸어주면서 두 팔을 벌려 할아버지를 꼭 안아드렸다. 박씨는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인비가 이제 국민의 딸이 된 것 같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해냈어요”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가 23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할아버지 박병준씨와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할아버지는 박인비에게 늘 사랑을 화수분처럼 전달하는 큰 나무였다. 할아버지로부터 늘 격려와 용기를 받고 힘을 냈다. 오늘날의 박인비가 있기까지에는 이처럼 할아버지의 진한 손녀 사랑이 크게 작용했다. 초등학생이던 박인비가 골프를 시작한 것도 할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아버지 건규(54)씨는 “젊은 시절부터 사업을 하며 골프를 친 아버지께서 ‘내 소원이 너와 손녀 등 3대가 함께 골프치는 것’이라고 말씀을 하셔서 인비를 억지로 골프장에 데리고 갔다”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약 중인 박인비가 모처럼 국내 대회에 출전할 때에는 할아버지는 노구의 몸을 이끌고 응원을 나오곤 한다. 왕년에 싱글 골퍼였던 할아버지는 요즘에도 박인비와 경기도 용인의 수원CC 등지에서 골프를 친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라운딩에도 물론 돈내기가 걸린다. 박인비가 보기를 하면 할아버지에게 1000달러를 드리고 버디를 하면 할아버지에게서 500달러를 받는 룰이다. 박인비가 항상 돈을 딴 뒤 할아버지에게 돌려주곤 한다.

박인비는 남편 남기협씨에 대한 고마움도 밝혔다. 그는 “프로 골퍼 출신인 남편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줬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며 “부상 문제로 스윙에 지장을 받아 남편과 함께 자세 교정에 나섰다. 스윙폼을 약간 틀었다. 바뀐 폼으로 퍼트에서도 좀 더 나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림픽 4라운드 내내 큰 압박을 받았다. 매 순간 메이저 대회 마지막 조로 경기하는 것 같은 압박감이 들더라. 프로 10년 동안 가장 힘든 경기였다”고 털어놓았다.

박인비는 이례적으로 우승 세리머니를 한 것에 대해 “고생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부담감을 견뎌 자랑스러웠다. 그동안 나, 박인비를 위해 한 경기는 많았지만 이번엔 조국을 위해 경기했다”고 강조했다. 올림픽을 치르느라 에너지가 다 소진돼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박인비는 “에비앙 챔피언십에 나가고는 싶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손가락 경과를 보고 복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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