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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이중언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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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3 21:42:55 수정 : 2016-08-23 21: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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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삼천지교’의 맹자 모친만이 아니다. 자녀를 위해 언제라도 이삿짐을 쌀 학부모가 수두룩하다.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도 그랬다. 30년 정든 미국 뉴욕 맨해튼 저택을 팔고 싱가포르로 이주할 정도였다. 이유는? 두 딸의 중국어 교육을 위해서였다.

물론 뉴욕에서도 중국어를 배운다. 로저스는 아예 2006년 큰딸 해피를 중국어 교육기관에 입학시켰다. 하지만 일주일에 1시간만 중국어를 쓰는 교육과정이 양에 차지 않았다. 딸이 스페인어를 배우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도 악재였다. 그 결과가 2007년의 이주였다. 딸이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익혀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고 보고 과감히 이삿짐을 싼 것이다.

로저스에겐 미안하게도, 다중언어 교육이 득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관련 연구들은 다소 혼란스럽지만, 이중언어 사용자와 단일언어 사용자의 일반적 인지 능력 차이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후자도 얼마든지 똑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는 공용어가 128개, 카메룬에는 286개가 있다. 언어 장벽을 넘나드는 다중언어 사용자가 널려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래를 이끌 재목이 이들 나라에서 무더기로 배출될 것으로 믿을 일은 아니다.

로저스에게 고무적인 것도 있다. 첫째는 다중언어 생활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을 낮춰준다는, 제법 믿을 만한 연구 결과다. 또 규칙이 수시로 변하는 상황과 혼란스러운 정보에 다중언어 사용자가 더 낫게 대처할 공산이 많다는 학설도 나와 있다. 현대 생활 적응력이 더 좋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중 양국 언어로 가르치는 국제초등학교 신설이 추진되는 모양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중국어 사용자가 밀집한 서울 서남권 소재 초등학교를 국제초교로 재단장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2018년 개교가 목표라고 한다. 주목할 가치가 있다. 다문화 상생 교육을 모색한다는 취지가 그럴싸한 까닭이다.

최종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법제적 장벽 등 난관이 많아서다. 그렇더라도 권한을 가진 기관들은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중언어 교육 모범사례가 나올지도 모르니까. 로저스 같은 국내외 극성 부모들이 서울 서남권 이주를 고민하게 될지도 모르고….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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