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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에 '바나나·피자'…제사 모아서 드리면 불효?

입력 : 2016-08-24 08:08:23 수정 : 2016-08-24 0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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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추석이나 설, 제삿날이 다가오면 주부들은 차례상·제사상에 올릴 배와 사과 등 과일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형 마트에 가면 사과 배와 함께 바나나와 망고, 파인애플 등 수입산 과일들이 넘쳐난다. 이름 모를 열대 과일도 많다.

이런 과일을 차례상에 올리면 안 되는 것일까?

성균관 전례위원회 서정택 위원은 "올린다고 해서 잘 못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서 위원 설명에 따르면 가례집람(家禮輯覽) 등 옛 예서(禮書)에는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적과 밥, 술 등을 놓도록 하면서 가장 앞에 과일을 두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과일의 종류에 대해서는 언급돼 있지 않다.

서 위원은 다만 "방산시물(方産時物)이라고, 그 지방에서 그 시기에 나는 과일'을 올리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조율이시(棗栗梨枾)니 홍동백서(紅東白西)니 하는 규정들도 예서에는 없는 후대 사람들이 지역에 따라 만든 말"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서 위원은 현재 많이 먹고 흔해진 바나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을 제사상에 올린다고 '불효' 이거나 '잘못'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가급적 국내에서 생산되는 과일을 올리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밝혔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문화교육원 유충규(60) 원장도 비슷한 의견이다.

유 원장은 "외국에서 온 것은 절대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일부 있다"며 "하지만 옛날에도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이 맛있는 것, 좋은 물건이 있으면 가져와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올렸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 원장은 "바나나나 파인애플 등 외래 과일을 차례상에 올려도 된다"고 말했다. 좋은 물건, 맛있는 음식을 조상에게 바치는 것은 잘 못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나아가 유 원장은 피자와 케이크 등을 차례상에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전통 계승이라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만은 않지만, 역시 같은 차원에서 보면 떡 옆에 올려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떡은 없이 케이크만 올리는 것은 '성의 부족'으로 보일 수 있는 만큼 보기에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중 여러 제사를 한 날 모아서 지내는 것은 어떨까?

성균관 서 위원은 "옛 예서만을 근거로 해서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는 문제"라며 "형제 등 집안에서 상의해 결정하면 된다"고 했다.

한국전통문화대학원 유 원장도 "좋다 나쁘다 말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시대 흐름에 따라 제사를 모아 지내도 된다고 생각한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상 묘 벌초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후손들이 조상의 묘를 돌본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

서 위원이나 유 원장 모두 "벌초를 하지 않는 것은 예가 아니다.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후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바쁜 일상으로 직접 벌초를 할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대신하도록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유 원장은 "옛날에도 조상 묘를 돌보는 비용 충당을 위해 마련한 위토(位土)를 다른 사람에게 경작하게 한 뒤 벌초 등을 대신하도록 한 예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통문화 전문가들은 "제사든, 차례든, 벌초든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닌 조상을 기리는 마음, 정성"이라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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