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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진화타겁(趁火打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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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4 22:26:56 수정 : 2016-08-24 22: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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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타겁(?火打劫)’. 불난 집에서 약탈한다는 뜻이다. ‘서유기’에 나온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난이취지(亂而取之), 적이 혼란할 때 취한다는 내용과 상통한다.

진화타겁은 상대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를 틈타 출병해 “피해를 최대로 입히고, 세력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일, 곧 힘센 양의 기운으로 부드러운 음을 제압한다.(敵害之大 就勢取利 剛決柔也)”는 뜻이다. 강한 무력을 배경으로 약한 적을 정복할 때 사용하는 계책이다. 청대 말기 상해 상무인서관 관장을 역임한 서가의 ‘청패류초(淸稗類?)’에도 “도둑은 남의 불난 집에 들어가 훔쳐오는 자와 같다.(盜賊類之?火打劫)”고 소개돼 있다. 개인이나 국가가 허점을 보이고 내분에 휩싸이면 힘센 주변 세력에 농락당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지도층이 정신을 못 차리고 정치사회적으로 갈등과 분쟁이 격화되면 최고지도자는 지위를 잃고 나라는 거덜 나기도 한다. 춘추시대 말기 월왕 구천은 오왕 부차에게 복수하기 위해 매일 쓸개의 쓴맛을 보며 복수를 다짐했다. 이른바 ‘와신상담(臥薪嘗膽)’이다. 부차의 손에서 풀려나오자 미녀인 서시를 바쳐 부차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제나라와 중원의 패권을 놓고 다툴 것을 부추겨 국력이 피폐해지게 만들었다. 결국 잇단 전쟁 등으로 인해 오나라 백성이 도탄에 빠져 혼란이 일자 오나라를 급습해 부차가 자결토록 만들었다.

한반도 주변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은 마침내 아시아 맹주로의 속셈을 노골화했다. 미국은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할 조짐이다. 일본은 우경화 질주로 제국주의 강국의 옛꿈을 되살리고 있다. 러시아는 동북아·태평양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부단히 꾀하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남남갈등으로 진화타겁의 빌미를 주지 않는 우리의 화합된 국내정치와 능동적 외교가 절실하다. ‘손자병법’은 이렇게 충고했지 않은가. “적의 침략을 방어하는 것은 바르게 항상 대비하는 데 있다.(御削防侵籍正常)” 경술국치와 광복의 환희가 있는 8월을 보내며 갖는 다짐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趁火打劫 : ‘불난 집에서 약탈한다’는 뜻

趁; 쫓을 진, 火 불 화, 打 칠 타, 劫 위협할 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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