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밀과 함께 인류의 3대 주식 곡물인 옥수수의 조상 ‘테오신테’(teosinte)는 먹을 수 없는 잡초였다. 인류가 수천년 전 이 야생식물을 채집해 이용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이어 영양분이나 다수확성 등 인간에게 좋은 ‘형질’을 가질 수 있도록 육종(育種)해 오늘의 옥수수가 됐다는 것이 유력한 학설이다. 이렇게 인류는 자연계에서 우수 품종을 선발하고 교배를 거쳐 보다 나은 형질을 가진 작물을 확보한다. 전통 육종은 필요한 유전자 하나를 얻기 위해 교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많은 유전자가 도입된다. 이런 품종에는 거부감이 없으면서 한두 개 유전자를 도입한 GMO를 혐오하는 것은 난센스다. 전통 육종이나 유전자변형기술 모두 유용한 유전 형질을 재조합해 우수한 형질의 작물을 만드는 방법이다. 전통 육종은 소요기간이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고 원하지 않는 형질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에 유전자변형기술은 1∼5년으로 비교적 짧고, 다양한 유용 형질을 종의 장벽을 넘어서 이용할 수 있다.
박찬준 경제부 부장 |
유엔은 2050년 세계 인구가 100억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농업경작지는 도시화·산업화 등으로 매년 줄어들고 지구온난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 등으로 식량공급이 불안정하다. 고온, 저온, 홍수, 가뭄, 병해충 등의 저항성이나 다수확성을 가진 GMO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농진청은 14개 작목 142종의 GMO를 개발 중이다. 눈에 좋은 베타카로틴을 생성하는 황금쌀, 황산화·항암·항염 효과가 있는 안토시아닌을 만드는 배추, 가뭄 저항성 감자·벼 등 다양하다.
세계로 눈을 돌려보자. 옥수수와 콩, 면화 등 GMO는 2014년 현재 28개국에서 1800만명의 농민에 의해 1억8100만㏊에 재배됐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약 18배다. 농업생명공학기술은 각국이 기술선도를 위해 경쟁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는 분야다. 중국은 최근 국영기업을 통해 세계 3위 종자기업 신젠타를 인수함으로써 GMO 개발·실용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런 국제적 흐름을 외면하고 농업생명공학기술 연구개발을 멈춘다면,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하게 될 게 자명하다. 우리 농업의 난제 해결과 농업의 첨단산업화에 필요한 GMO 개발에 국가적 지원과 국민의 지지가 절실하다.
박찬준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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