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CheerSports] 우리는 한 핏줄… 리우서 다진 남북한 우정과 화합

관련이슈 CheerSports

입력 : 2016-08-25 21:44:29 수정 : 2016-08-25 21:44:2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시드니 올림픽이 개막했던 2000년 9월 15일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사상 첫 남북공동입장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개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은 200개국 중 96번째로 입장했다. 주경기장에 아리랑이 울려퍼지자 대부분의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농구 센터 정은순과 북한 유도 박정철 감독은 나란히 한반도기를 들고 선두에 섰고, 뒤따르는 선수단도 두 손을 맞잡으며 전 세계인의 환호와 함께 경기장에 들어왔다. 분단된 남북한이 전 세계에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던진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올림픽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건 그때가 처음이다.

당시에는 6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한 사이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다. 올림픽 공동입장도 정상회담에서 합의됐던 내용이라고 한다. 2년 뒤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은 응원단까지 파견했다. 무르익어가던 통일을 향한 분위기가 정권이 몇 차례 바뀐 뒤 악화됐다. 핵 개발 등 끊임없이 일어나는 북한의 도발과 국제사회 대북제재 압박 속에 정치적으로 자유롭다던 스포츠 교류도 끊어졌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있는 법이다. 평화의 싹을 리우 올림픽에서 발견했다. 국경도 이념도 없던 경기장에서 남북 선수들은 조금은 어색하지만 오래된 친구처럼 우정을 나눴다.

북한 선수단을 쉽게 접하기 힘들기 때문에 한국 취재진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터뷰를 시도했다. 숨바꼭질하듯 이리저리 피해다니는 통에 얼굴은 마주쳐도 말을 붙이긴 힘들었다. 대신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그들도 답변을 피하기 어려웠다. 

한승훈 코치, 북한 감독, 강은주, 장혜진(왼쪽부터).
북한 사격 김성국이 던진 말은 회견장에 있던 대다수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북한 선수 입에서 ‘통일’이라는 말이 먼저 나와서다. 개막 전에 만났을 때만 해도 째려보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던 김성국은 “1등이 남조선, 3등이 북조선인데 우리가 통일이 되면 1등과 3등이 조선 것이므로 더 큰 메달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발언에 진종오도 감탄한 듯 자신의 왼쪽에 앉아 있던 김성국을 놀란 표정으로 지켜봤다. 김성국은 사격 50m 권총 결선에서 진종오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먼저 다가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사격장에서 만난 또 다른 북한 선수인 김정수는 노련한 선수답게 한국 선수단 및 취재진과도 격의없이 지냈다.

기계체조 여고생 이은주의 셀카는 대회가 끝난 뒤에도 회자되고 있다. 셀카를 찍자는 이은주의 제안에 북한 홍은정이 흔쾌히 응했다. 이 장면은 외신에 먼저 알려졌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극찬까지 이끌어냈다. 이은주는 “자주 볼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니 기념으로 한 장 찍자고 했다”고 말했다.

역도장에서도 우정은 싹이 트였다. 역도 최중량급 손영희는 연습장에서 북한 은메달리스트 김국향이 반가워 눈이 마주칠 때마다 손을 흔들었다고 한다. 손영희는 “열 번 흔들면 김국향이 한 번 흔들어줬다”고 밝게 웃었다. 양궁장에서는 한승훈 코치와 장혜진 그리고 북한 감독이 셀카를 찍었다. 북한 강은주는 “못 찍겠다”고 소심하게 렌즈를 피했지만 입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IOC 선수위원으로 당선된 유승민을 만난 북한 선수들은 “추천했습네다”라고 말하며 반가워했다고 한다.

냉랭한 남북관계 속에도 남북 선수들은 화합하고 우정을 다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셀카도 찍고 전부 공개하진 않았지만 조금의 대화를 나누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스포츠 무대에서 보인 작은 움직임이 통일의 밀알이 되길 바란다.

최형창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