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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100명 승객 탑승까지 '5분'… 세월호 교훈 벌써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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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9 19:40:42 수정 : 2016-08-30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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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주 초 경남 거제와 통영으로 2박3일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거제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라는 말을 들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외도 보타니아’를 첫손에 꼽았다.

과연 희귀한 해상식물과 잘 가꿔진 정원의 보타니아는 뜨거운 날씨를 잊게 할 만큼 아름다움을 뽐냈다. 하지만 보타니아를 둘러보는 내내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외도로 유람선을 타고 들어가는 과정이 불과 4개월 전에 겪은 것과는 너무 달라서다.

지난 4월 전남 완도에서 제주로 가는 여객선에 탄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안전훈련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전남 완도에서 제주로 가는 여객선을 탔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한 동행취재 자리였다. 주무부처 장관과 기자, 카메라가 대거 몰린 이날은 표 구입부터 승선까지 3차례에 걸쳐 신분 확인이 이뤄졌다. 장관이 직접 주민등록증을 꺼내 확인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승선 후에도 승객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이 이어졌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진행된 안전예방 교육과 함께 “모든 여객터미널에서 철저한 안전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하지만 8월의 거제는 4월의 완도와는 달랐다. 인터넷으로 예매한 승선표는 신분증 확인 절차도 없었고, 현장에서 표를 받을 때도 신분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분증 확인은 배에 오를 때 단 한 차례뿐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신분증 확인은 필수절차였지만, 이곳에선 신분증이 없어도 탑승은 가능했다. 외도로 가는 표를 구하는 관광객 중 한 명이 “주민등록증을 숙소에 두고 왔다”고 하자 직원은 “일행 중 한 명만 있으면 가능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허술한 절차는 승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배표와 신분증을 확인하는 직원은 입으로만 “신분증 확인하고 있습니다”라고 외쳐댔다. 직원의 외침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선전과도 같았지만, 실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정원 100명 정도의 승객이 신분확인과 탑승까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은 승객도 탑승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신분증을 확인하는 직원은 때때로 “신분증을 제대로 확인하고 있으니 오해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다.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소리로 들렸다.

외도에서 돌아올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배 탑승객과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나눠준, 배 이름이 적힌 명찰을 수거하는 게 고작이었다. 2시간가량 배를 타는 동안 4개월 전 완도에서 만났던 해상안전 시스템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완도에서는 철저히 지켜지던 안전운항 매뉴얼이 거제에서만 지켜지지 않을 리는 없다. 완도와 거제가 다른 이유는 현장에 누가 있었느냐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안전은 쇼에 불과하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직후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대책들은 아직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한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고작 2년이 조금 넘게 지났을 뿐이다. 선체 인양도 이뤄지지 않았고, 9명은 아직 맹골수도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해상안전 대책이 안심을 넘어 방심으로 변한다면 또 다른 참사를 겪을 수도 있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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