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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이대문’이면 ‘이대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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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9 21:03:29 수정 : 2016-08-29 22: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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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수 없는 선거에서 지는
잃어버린 10년 안 보려면
운동장 기울어서는 안 되고
가급적 넓게 써야 한다
미안한 얘기지만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코웃음만 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문재인’만 갖고 싸웠고, 그 결과 예상대로 당 대표, 시·도당위원장 새 지도부 면면이 ‘문재인’ 일색이다. ‘친문(친문재인)’ ‘호문(문재인 호가호위)’ ‘도문(도로 문재인)’으로 마침내 ‘친문당’을 만들어 냈으니 이제 그들은 ‘이대문(이대로 가면 대권주자는 문재인)’을 학수고대할 것이다. 지난 4·13 총선 때 새누리당에서 ‘친박’, ‘진박’, ‘복박’ 운운하며 벌어진 ‘친박 족보전쟁’을 보고 기겁을 했는데, ‘친문 족보전쟁’은 친박 족보전쟁의 속편을 보는 것 같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다른 곳도 아닌 정치판에서 특정인 이름이 새겨진 완장을 찬 사람들이 무리를 이뤄 휘젓고 다니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좋게 봐줄 수가 없다. 자신들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들떠 있지만 국민 눈엔 ‘저만 잘난 줄 아는 막돼먹은 어른들’로 비칠 뿐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선택’을 강요받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김기홍 논설실장
친문의 득세로 당장 우리는 4·13 총선이 끝나고 기대했던 새물결은 포기하고 그동안 보아왔던 것보다 더 그악스러운 정치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추미애 새 대표는 ‘사드 반대 당론 채택’을 천명했고, 새누리당은 ‘사드 찬성 당론 채택’을 준비하고 있다. ‘사드 당론’ 대결은 단순히 사드 배치의 찬반 문제가 아니다. 여당을 지배하는 친박, 야당을 지배하는 친문 간 물러설 수 없는 극한 대결의 서막을 예고하는 전초전 성격이 짙다. 정치판을 주름잡는 두 가문의 전쟁이 정치권에 또 어떤 평지풍파를 몰고올지 걱정스럽다.

그러고 보니 친문이 다 죽어가는 친박을 살리는 형국이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더니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친박이 누구인가. 부모 잘 만나 잘 먹고 잘 살았으나 제대로 배우지 못해 망나니처럼 온갖 분탕질을 치다 집안을 말아먹은 장본인 아닌가. 폐족을 선언하고 은인자중할 줄 알았는데 반성문 한 줄 쓰지 않고 다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친박의 부활은 명분도 당위도 없는 터여서 놔두면 제풀에 지쳐 쓰러질 운명이었는데 친문이 친박에게 ‘존재의 이유’를 일깨워준 꼴이 됐다. 신당을 준비하는 이재오 전 의원은 “새누리당은 죽었다 깨도 정권 못 잡는다”는 저주를 내렸지만 친박이 친문세력의 총궐기를 보고 쥐구멍에 내리쬐는 한 줄기 빛을 보았을 수 있다.

친문은 목표가 ‘대선후보 문재인’인지 ‘정권교체’인지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대선후보 문재인=정권교체’는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대선후보 문재인’이 목표라면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목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분열, 패권주의, 낡은 정치와 결별하는 변화와 혁신을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문재인 후보에게 1469만표를 몰아주었던 지난 대선 때의 세상이 아니다. 친박이 싫어서, 친문이 싫어서, 3당체제를 만들고 지역주의를 허문 지난 총선의 표심이 그걸 말해준다.

친문은 18대 대선 평가 보고서를 다시 정독할 필요가 있다. 패배 요인으로 50대 이상 세대와 자영업자, 서민층과 수도권·충청권 유권자 층의 대거 이탈, 빈약한 대선 전략·지도부 리더십을 꼽았다. “민생을 외면한 이념논쟁, 계파갈등, 대결정치에 주력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더민주가 처한 환경은 그때보다 더 나빠졌다. 텃밭이었던 호남권까지 잃었다. 중도층이 더 넓어지고 극단 정치에 대한 혐오도 더 깊어졌다. 꽁꽁 문을 닫아건 채 그들만의 리그에 매몰되고 친문 패권주의를 깨지 못하면 질 수 없는 선거에서 늘 지는 선거를 했던 지난 10년을 또 보게 될 것이다.

공정하고 깨끗한 역동적인 경선을 치르려면, 그래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이어가려면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어서는 안 되고 운동장은 가급적 넓게 써야 한다. ‘이대문’을 고집하면 ‘이대문안(이대로 가면 문재인은 대통령이 안 된다)’이 될 수 있다. 지난 대선보고서는 더민주에 그리고 친문에게 다시 묻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얼마나 절실한가.”

김기홍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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