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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대동여지도’의 애민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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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1 22:29:51 수정 : 2016-09-01 22: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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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이 일상화하면서 지도는 우리 생활에 필수품이 됐다. 그러나 과거에 지도는 권력자에게 중요한 정보였다. 권력이자 목숨과도 같았던 지도를 두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또 한 명의 역사 속 인물이 스크린으로 부활했다. 대동여지도를 통해 조선 최고이자 세계적 수준의 지도를 제작한 김정호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올 추석 극장가 기대작으로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역사물 열풍에 기세를 더할 예정이다. 더욱이 한국영화 제작에서 기획시대를 열어준 강우석 감독의 스무 번째 영화로 기대가 모이고 있다.

영화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를 제작한 지도꾼 김정호의 삶을 그린다. 잘못된 지도로 목숨을 잃은 아버지를 위해 정호(차승원)는 지도를 필요로 하는 백성들이 언제든지 편히 사용할 수 있는 목판본의 절첩식 지도를 만든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지도를 통해 군사, 행정, 유통을 장악할 수 있었던 시대에 지도는 곧 권력이자 목숨이었다. 대동여지도의 우수성을 알아차린 흥선대원군(유준상)과 안동김씨 세도가의 권력 다툼이 일어나지만 정호는 휘말리거나 권력에 영합하지 않고 나라의 전유물로 여기던 지도를 백성들과 공유한다.

고산자 김정호의 삶에 무게를 두고 애민정신을 강조한다. 우리에게 김정호는 익히 알려진 인물이지만 그에 대한 기록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 양반가의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박범신 소설 ‘고산자’를 토대로 한 영화는 소설의 내용은 가져오되 김정호의 삶에 좀 더 집중한다. 특히 개인의 입신양명보다 오로지 백성들을 위해 헌신했던 양민 김정호의 애민정신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비경도 볼 만하다. 지도가 소재인 만큼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계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최남단 마라도부터 합천 황매산, 강원도 양양 그리고 백두산까지 마치 CG(컴퓨터그래픽)로 처리한 것 같은 풍광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감독의 승부기질과 한계가 동시에 느껴진다. 혼란의 시대 그의 지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가족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뚝심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김정호에 오롯이 집중하는 감독의 뚝심과 승부기질을 보여준다. 그러나 부족한 고증을 채울 영화적 장치와 드라마틱한 갈등 구조가 충분하지 않는 것은 많이 아쉽다. 중간중간 차승원식 유머가 메우고 있지만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회지도층은 특권만 누리려 할 뿐 의무는 저버리고 있다. 백성과 국민을 보호하고 보탬이 되어주기보다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천민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김정호는 개인의 이익과 출세를 위해 지도를 이용하지 않았다. 영화는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가 무너진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국가나 국민보다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애민정신을 강조하는 감독의 기획의도가 돋보인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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