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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언더독’의 유쾌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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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1 20:30:38 수정 : 2016-09-02 01: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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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 대학배구 감격의 우승
사회과학에서 상대적 약자를 칭하는 단어인 ‘언더독(Underdog)’. 투견장에서 위에서 내리누르는 개를 오버독(Overdog) 또는 톱독(Top dog), 아래에 깔린 개를 언더독(Underdog)이라고 부른 데에서 유래한 단어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하면서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인 ‘측은지심’을 얘기했다. 즉 마음의 기저엔 약자를 응원하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현상을 ‘언더독 효과’라고 부른다.

며칠 전 경남 남해에서 유쾌한 언더독의 ‘반란’이 있었다.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열린 2016 OK저축은행배 전국대학배구 남해대회에서 중부대가 내로라하는 명문대들을 물리치고 창단 이후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중부대는 예선을 조 2위로 통과한 뒤 배구 명문인 성균관대와 한양대를 차례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고, 결승에선 경희대에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뒀다.

배구를 오래 봐온 팬들이라면 대학배구 하면 주로 한양대나 성균관대, 인하대, 경기대 등을 떠올릴 것이다. 이들은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다수의 국가대표와 프로 선수들을 배출하며 한국배구의 젖줄 역할을 해왔다. 고교 배구 선수들에겐 입학하고 싶은 학교다.

반면 중부대는 2012년 12월에 창단해 역사가 4년이 채 되지 않는다. 중부대 선수들 대부분이 고교 시절 기량이나 잠재력을 인정받지 못해 명문대로부터 외면 받은 ‘상처받은 영혼’이자 배구 인생의 중요한 관문에서 패한 ‘루저’다. 그러나 이들은 본인들과 비슷한 실패의 경험이 있는 지도자를 만나 잠자고 있던 잠재력에 꽃을 피웠다. 중부대를 이끄는 송낙훈 감독(사진 속 공중에 뜬 사람)은 고교까지 배구 선수를 했으나 대성하지 못했다. 선수로서는 실패한 송 감독은 이후 학업에 매진해 박사 학위를 따냈고, 중부대 사회체육과 교수이자 배구부 감독으로 부임했다.

송 감독은 선수들의 콤플렉스를 걷어내기 위해 운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지도했다. 송 감독은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는 목표를 두고 전 선수들을 정규수업에 참가시키고 연습은 야간에 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생활스포츠 지도사와 같은 국가자격 시험을 응시하게 하며 일반학생으로 전환했을 때도 살길을 찾도록 인도했다.

송 감독의 따듯한 배려 아래 열등감을 벗고, 결핍된 자신감을 채운 중부대 배구부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2013년 대학 1부리그에 승격된 중부대 배구부는 지난 6월 해남대회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하며 명문대 틈바구니 사이에서 큰 일을 낼 채비를 했고, 마침내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며 ‘골리앗’을 꺾은 ‘다윗’이 되는 데 성공했다.

첫 실패를 딛고 대학배구 무대의 주인공이 된 중부대 선수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흔하게 피어 있어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누구보다 아름다운 풀꽃들처럼 중부대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서도 성공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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