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월호로 나라 힘든 시기… 태극기에서 희망 보았죠”

관련이슈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16-09-02 21:40:36 수정 : 2016-09-02 21:40:3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차 한잔 나누며] 안산 태극기사랑운동본부 우두명 대표 “통일은 나라에 힘이 있어야 하는데, 힘은 국민이 하나가 되는 데서 시작합니다. 국민을 하나로 묶자는 운동이 ‘태극기 사랑 운동’입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한 상가에 자리 잡은 안산 태극기사랑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우두명(87) 대표는 2일 아흔이 가까운 나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그의 태극기 사랑에 대해 설명했다. 왼쪽 가슴에 태극 마크가 선명한 노란재킷을 입은 우 대표는 “사업에서 물러난 뒤 남은 인생을 이웃을 위해 살기로 했다”며 이날도 안산 태극기사랑운동본부 임원들과 인근에서 ‘짜장면 나눠주기’ 봉사활동을 벌였다고 했다. 

안산 태극기사랑 운동본부 우두명 대표가 2일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운동본부 사무실에서 태극기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여러 봉사활동 가운데 핵심이 태극기 사랑 운동”이라고 밝힌 그는 “태극기 사랑은 우리 세대가 일궈온 대한민국, 나라사랑을 직접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태극기 사랑 운동에 나선 것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2014년 경기도 화성의 한 식당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세월호 사고가 있은 얼마 뒤 몸담고 있던 광복회 임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나갔다가 식사를 위해 한 식당을 찾았는데, 평일임에도 태극기가 게양돼 있어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나라가 어려운데 태극기라도 게양해 나라사랑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해 임원 모두가 숙연했다”며 “돌아오는 도중 누군가가 ‘우리가 이렇게 지내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제안해 태극기사랑운동본부 결성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우선 태극기 사랑을 위해서는 태극기의 역사와 의미, 게양법 등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 분야에 조예가 깊은 인사를 만나 고문으로 모신 뒤 ‘열공’에 들어 갔다. 이후 태극기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판단한 그는 국경일이면 그가 살고 있는 월피동과 인근 노인회관, 경로당 등을 찾아 다니며 태극기에 대해 설명하고 게양을 권유했다. 하지만 태극기가 없는 가정과 사무실이 생각보다 많자 그는 인근에 있는 대학생들이 행사 때 쓴 태극기를 수거하거나 자신이 주문해 제작한 태극기를 나눠 주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동네에서 ‘태극기 할아버지’로 통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태극기에 대한 과제가 있으면 어떻게 알았는지 집으로 찾아와 이것저것 물어볼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다”며 “이때부터 태극기 보급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안산 시민 전체에 태극기를 보급해야 겠다고 결심한 그는 지난해 초 광복회 임원들과 지역 유지와 봉사단체 임원 등을 찾아 다니며 취지를 설명하고 20여명의 이름으로 안산태극기사랑운동본부를 결성했다. 사무실조차 없었지만 태극기 보급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그는 그해 3·1절을 맞아 사재와 운동본부 동지들의 십시일반으로 태극기 1000개를 제작해 택시 정류장마다 다니며 달아주기 운동을 펼쳤다. 이 운동을 하면서 분노와 희망을 동시에 느꼈다고 했다.

“태극기를 뒤 트렁크에 달아주는 데 일부 택시기사는 ‘운전하는 데 신경 쓰인다’, ‘차가 긁힌다’며 뗄 것을 요구해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는 그는 “하지만 상당수 기사들이 ‘고맙다’ ‘다시 한번 나라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는 격려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3·1절 태극기 보급을 경험으로 우 대표와 운동본부 회원들은 지난달 15일 광복절에도 대대적인 태극기 보급 운동을 펼쳤다. 노후자금으로 준비했던 1000만원을 쾌척했고 나머지 임원들도 주머니를 털어 2000만원을 마련해 가정용 태극기 1000개와 개인택시용 태극기 2000개, 법인택시용 태극기 600개 등을 제작했다. 운동본부는 이 중 태극기 2000개는 안산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에 전달하고 나머지는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나눠 줬다.

우 대표는 “사업 일선에서 물러난 뒤 노후 자금으로 준비한 1000만원을 태극기 제작에 투입하려 하자 집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며 구박해 어려움도 겪었다”며 “하지만 정작 태극기를 제작할 때는 집사람도 30만원이나 보태 마음을 놓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안산 전체 택시와 가정에 태극기를 보급하는 게 그가 이끄는 운동본부의 목표다. 이를 위해 본부는 내년 광복절에 2000여만원을 더 들여 차량용과 가정용 태극기 5000개를 제작해 안산시 전역에 태극기 사랑을 전파한다는 계획이다.

“애국심 고취가 말로 떠든다고 강제로 주입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라 태극기를 달고 바라보다 보면 자연적으로 마음속에서 우러나게 되기 때문에 보급운동을 시민운동으로 승화시켜나가자는 취지”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을 짓밟았던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하고, 북한은 핵무기로, 중국은 경제적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 대표는 “지금은 애국정신 함양이 필요한 때인 만큼 힘이 닿는 대로 안산을 애국정신 고취의 메카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산=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