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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의마음건강]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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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4 22:34:13 수정 : 2016-09-04 22: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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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이해 위해선 역지사지 관점 가져야
여러 갈래 마음 깨닫고 인정해야 건강해져
상담에서 ‘두 의자 기법’을 많이 이용한다. 한 사람이 두 의자를 번갈아 오가며 자신과 갈등하고 있는 상대방의 역할을 교대로 해보는 기법이다.

가령 개인사업을 하는 남편이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시는 것 때문에 부부싸움을 자주하는 부인이 있다고 하자. 이 경우 부인은 남편의 지나친 음주 때문에 얼마나 걱정이 되는지 그리고 자신이 무시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에 대해 의자에 남편이 실제로 앉아있는 것처럼 솔직히 이야기한다. 그 후 자리를 옮겨 이번에는 사업상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게 되는 남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게 한다. 그리고는 각각의 느낀 점을 이야기한다. 이 과정을 몇 번 거치면서 부인은 자신의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고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타협하게 되면서 갈등을 풀어가게 된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옛 어른들이 가르쳤다. 즉,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라’는 교훈인데 이를 이용한 상담기법이 ‘두 의자 기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어의 ‘이해하다’라는 의미의 ‘understand’라는 단어도 ‘under(밑에)’와 ‘stand (서다)’의 합성어인 것을 보면 서구에서도 진정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밑에 서야 한다’는 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

‘두 의자 기법’에서 갈등하는 두 주체는 상황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남편과 부인, 부모와 자녀, 상사와 동료, 교사와 학생 등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주체는 서로 다를 수 있지만 갈등의 핵심은 동일하다.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진정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갈등하는 두 주체는 외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 마음속에도 수만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고, 이 생각과 감정이 서로 갈등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양심과 요구 사이에 갈등이 있을 수 있고, 생각과 행동 사이에도 갈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두 의자 기법’이 효과적으로 마음속의 갈등을 대처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서운 남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지 못하고 항상 주눅 들어 남편의 뜻에 따르는 것이 불만인 여성이 있다면, 그는 두 마음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이다. 즉, 남편을 두려워하는 마음과 동시에 남편에 대항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려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한 의자에서는 남편을 무서워하고 주눅 든 마음의 입장에서 그 이유를 말하게 하고, 다른 의자에서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다른 마음의 소리를 표현하도록 한다. 이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서로 각각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그 두 마음이 각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된다.

두 마음을 억지로 하나가 되게 만드는 것이 건강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여러 갈래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고 인정하는 것이 건강한 것이다. 마음이 건강한 것은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인정하고 다양한 마음을 동시에 가지면서도 불안해하지 않는 것이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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