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그대들의 모서리와 모서리는 삐걱거리며 어긋난다
우리가 세상 어딘가에 녹슬고 있을 때
분분한 의견으로 그대들은 갈라서고
벌어진 틈새로 굳은 만남은 빠져나간다
우리가 잠시라도 깨어 있지 않으면
그 누가 일어나 두드릴 것인가
무시로 상심하는 그대들을 아프게 다짐해줄 것인가
그러나 더불어 나아갈 수 없다면
어쩌랴 알지 못할 근원으로 한 쪽이 시들고
오늘의 완강한 지탱을 위하여 결별하여야 할 때
팽팽한 먹줄 당겨 가늠해 본다
톱날이 지나가는 연장선 위에
천진하게 엎드려 숨죽인 그대들 중
남아야 할 것과 잘려져 혼자 누울 것은
무슨 잣대로 겨누어 분별해야 하는가를
(…… )
김영남 시인 |
소설가인 그의 아내는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그와 늘 뜻을 함께 한다. 오직 두 사람의 글로만 가정살림을 꾸려온 지독한 전업 부부다. 언젠들 힘들지 않았을까만 어두운 표정 없이 늘 긍정적인 그의 태도가 필자를 감동시켰다. 만날 때마다 아내와 함께 무척 따뜻하고 자상했다. 부산 시인들이 그를 존경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인용시 ‘연장론’은 그의 인격이 잘 반영된 시다. 1986년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이 시가 발표되자 시인들에겐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찮은 연장들이 이렇게 소중한 이야기가 담겨 있던 시의 오브제였나, 연장의 기능을 우리 삶의 역할로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꾸며낼 수 있을까 하고. 따뜻한 시선과 자상한 인품만이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김영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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