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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여당은 ‘여’답고 야당은 ‘야’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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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4 18:29:17 수정 : 2016-09-04 23: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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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여당답고, 야당은 야당다워야 하는데, 20대 국회에서는 정반대인 것 같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와 추경안의 상임위 야당 단독 처리로 빚어진 국회 파행을 보면 여당은 ‘야당 흉내’를, 야당은 ‘여당 행세’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달 29일 야당이 추경안에서 지방채 상환 지원금을 확대하는 내용을 국회 교문위에서 단독 처리한 데 반발해 31일 실시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불참해버렸다. 여당은 지난 1일 정 의장의 개회사를 문제 삼아 의사일정을 보이콧해 이날 예정된 11조원 추경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여당이 참석하지 않아 야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야당 단독으로 조,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여당 의원이 의장실을 점거, 농성하고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진풍경도 일어났다.


황용호 정치부 선임기자
여야는 지난 4월에 표출된 총선 민의를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

총선에서 국민이 원내 제1당인 더민주(123석)와 2당인 새누리당(122석)에 과반의석을 주지 않고 제3당인 국민의당에 38석을 맡긴 것은 여야 어느 쪽이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회를 운영하라는 의미가 아닌가. 그런데도 여야는 정기국회가 시작되자마자 내년 대선을 의식해 힘겨루기에 나선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여당은 이번 일로 당내 결속을 도모하고 야당 출신 국회의장 길들이기를 확실히 했다고, 야당은 다수 야당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야권연대를 과시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소수 여당과 의회권력을 장악한 거대 야당은 정치불신을 가중시키지 않았는지, 각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는지를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과거 10년간 야당과 집권당 경험을 모두 한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은 ‘야성(野性)’과 ‘여성(與性)’이 그들의 몸속에 각각 혼재된 탓에 현재 자신들의 위치와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여야 선택권은 국회의원이 아닌 유권자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명심하길 바란다.

황용호 정치부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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