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이 선발투수라면 정치권은 불펜투수다. 한국경제의 불펜은 든든한가.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국회 처리 과정을 돌아보면 절로 한숨만 나온다.
이천종 경제부 차장 |
바통을 이어받은 구원투수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여소야대로 판이 새로 짜인 이번에 뭔가 다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다. 야당인 국민의당에서 이례적으로 먼저 추경을 제안했고 여야 모두 경제 문제에서 협치를 외쳤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기대감은 역시나로 바뀌었다. 누리과정과 서별관회의 청문회 등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로 추경은 한발도 나가지 못했다. 급기야 1일에는 본회의 통과 직전에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여당인 새누리당이 보이콧해 추경이 무산되는 ‘웃픈(웃기고 슬픈)’ 코미디가 펼쳐졌다.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추경과 본예산 편성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예산실 사무관과 주무관들은 치를 떨었다. 추경 효과 극대화를 위한 골든 타임은 이미 지나갔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추경은 본예산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20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를 맞게 된 경제부처들은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여소야대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적 환경을 감안할 때 여야가 강대강으로 대결할 가능성이 커서다. 추경의 늑장 처리를 낳은 여야의 정쟁이 정기국회에서 재연되면 내년 본예산과 주요 경제법안 처리에 차질이 불가피해서다. 추경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정치적인 논란이 벌어졌기 때문에 “내년 예산이 과연 법정 시한(12월 2일) 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추경 심의 과정에서 여야 간에 최대 쟁점이었던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수 있어서다.
프로야구처럼 외국에서 특급 불펜 용병이라도 영입할 수 있는 길이라도 열어야 하는가. 갑갑한 한가위다.
이천종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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