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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추경 처리 ‘무능한 불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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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5 20:39:46 수정 : 2016-09-05 20: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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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한가위로 들뜨곤 하지만 사실 위기설이 끊이지 않는 달이다. 9·11테러를 시작으로 세계 금융위기를 몰고 온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신청, 유럽 재정위기 모두 9월이다. 네이버트렌드를 통해 2007년 이후 월별 위기설을 검색해보면 ‘9월위기설’이라는 검색어가 나머지 열한 달의 위기설을 압도한다. 지난해도 증권가에서는 9월 위기설이 돌았고,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는 온통 잿빛이다. 조선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올해 임금 체불액마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씁쓸한 소식이다. 한진해운은 한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만 해달라’는 덕담은 이쯤 되면 용도 폐기 수준이다.

경제팀이 선발투수라면 정치권은 불펜투수다. 한국경제의 불펜은 든든한가.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국회 처리 과정을 돌아보면 절로 한숨만 나온다.

이천종 경제부 차장
올 추경안은 시작부터 말이 많았다. 추경의 필요성을 놓고 기획재정부 내 예산실과 정책팀 간 신경전 속에 한 박자 늦은 7월에 발표됐다. 상반기에 준비해 최소 8월에는 집행을 시작해야 예산 투입 효과를 낼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7월 26일에야 국회에 제출된 11조원 규모의 추경안은 1차 타이밍을 놓쳤다. 선발투수가 흔들린 것이다.

바통을 이어받은 구원투수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여소야대로 판이 새로 짜인 이번에 뭔가 다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다. 야당인 국민의당에서 이례적으로 먼저 추경을 제안했고 여야 모두 경제 문제에서 협치를 외쳤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기대감은 역시나로 바뀌었다. 누리과정과 서별관회의 청문회 등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로 추경은 한발도 나가지 못했다. 급기야 1일에는 본회의 통과 직전에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여당인 새누리당이 보이콧해 추경이 무산되는 ‘웃픈(웃기고 슬픈)’ 코미디가 펼쳐졌다.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추경과 본예산 편성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예산실 사무관과 주무관들은 치를 떨었다. 추경 효과 극대화를 위한 골든 타임은 이미 지나갔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추경은 본예산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20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를 맞게 된 경제부처들은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여소야대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적 환경을 감안할 때 여야가 강대강으로 대결할 가능성이 커서다. 추경의 늑장 처리를 낳은 여야의 정쟁이 정기국회에서 재연되면 내년 본예산과 주요 경제법안 처리에 차질이 불가피해서다. 추경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정치적인 논란이 벌어졌기 때문에 “내년 예산이 과연 법정 시한(12월 2일) 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추경 심의 과정에서 여야 간에 최대 쟁점이었던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수 있어서다.

프로야구처럼 외국에서 특급 불펜 용병이라도 영입할 수 있는 길이라도 열어야 하는가. 갑갑한 한가위다.

이천종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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