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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욕망에 뒤틀린 우리 시대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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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6 19:36:50 수정 : 2016-09-06 19: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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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림 ‘음과 양’ 욕조 속에 해골이 누워 있다. 한쪽 팔은 뼈만 남아 있고, 다른 쪽 팔은 보기 좋게 살이 통통 오른 상태다. 게다가 고급 시계까지 차고 있다. 욕조 바깥으로 빠져나온 발들 역시 뼈만 남은 상태다. 하지만 욕조 속엔 잡지에서 오려낸 미녀들의 얼굴로 가득하다. 성적 욕망과 미적 욕망이 넘실댄다. 욕망에 목을 매고 있는 이 시대 풍경이다. ‘아방가르드 예술의 선구자’ 김구림(80) 작가의 작품 ‘음과 양’이다.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박은 작품으로 유명한 영국작가 데미안 허스트(51)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해골에 사치와 욕망의 상징인 다이아몬드를 덮어버림으로써 ‘죽음이여 가라’고까지 외치고 싶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삶과 죽음의 과정은 누구나 같아요. 하지만 그 모습들 속에서 우리의 자화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165×98×98㎝, 10월 16일까지 갤러리 아라리오 서울)
그는 우리 사회에서 범부건 재벌이건 욕망을 풀이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 부자나 빈자나 그 정신적 형식이 빈곤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흰색 이불이 덮인 침대 위로 ‘야동’ 장면의 영상이 뿌려지는 작품도 있다. 스피커를 통해선 이상 야릇한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온다. 작가는 “소리를 잘 들어봐라. 동물의 소리처럼 들리지 않느냐”며 “성을 가볍게 여기는 현세태야말로 동물세상”이라고 꼬집었다.

어린아이의 해골이 담긴 배 설치작품은 바다를 떠돌다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죽은 시리아 난민 어린이를 묘사한 작품이다. 국제적 난민사태가 문명의 비대칭적 비극이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양심은 어디에 있는지 준엄하게 묻는 듯하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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