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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미칼럼]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밥상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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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6 22:24:01 수정 : 2016-09-06 22: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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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력 달랐던 두 여성 정치인
“국민 위한 정치” 한목소리
추 대표가 제안한 ‘비상 영수회담’
민생 합의 이끌어내는 자리 돼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그의 야당 파트너였던 존 베이너 공화당 전 하원의장이 영화관에 나란히 앉아 팝콘을 먹는 영상이 뜨자 객석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지난 5월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장에서다. 오바마가 이미 물러난 베이너에게 퇴임 후 어떻게 지내는 게 좋을지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어제 아침 11시반에 맥주를 마셨다니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 예산안, 오바마케어 등을 놓고 정면 충돌했던 두 사람이 친구처럼 동병상련을 나누는 모습이 반전 웃음을 줬다. 대통령의 유머를 뽐내는 연례 행사에 베이너는 가장 뜻밖의 카메오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썼다. 백악관의 우정출연 요청에 베이너는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미국이라고 대통령과 야당 대표 관계가 각별한 건 아니다. 오바마정부 들어 공화·민주 양당의 당파주의가 더 심해졌다는 평가도 많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당선 후 최우선 과제로 야당 대표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의 관계 개선을 꼽았다. 백악관에서 라이언과 술잔을 부딪치며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자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 사이가 썩 좋지 않은 우리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황정미 논설위원
김대중 전 대통령 참모들은 “야당 대표 복이 없다”는 말을 종종 했다. 강성인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파트너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국정 운영이 덜 힘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 때로는 분노를 느꼈다”고 썼다. 물론 이회창 총재 생각은 정반대다. 이 총재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총재되던 날부터 총풍·세풍 공세와 의원 빼내기에 시달렸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사이도 냉랭했다. “참 나쁜 대통령이다.” ‘박근혜 어록’으로 남은 이 말은 2년여간 두 사람 관계를 대변해준다. 노 전 대통령도 공사석에서 “오죽했으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겠느냐”고 토로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대표가 선출됐다.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파트너다. 두 사람은 동향(대구 달성) 출신이지만 정치 이력은 크게 달랐다. 보수, 진보 진영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인 탓에 두 ‘여성 영수’의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첫 여성’ 꼬리표를 많이 달았던 두 사람 모두 여성을 내세우지 않는 성향이 강했다. 박 대통령은 2000년 한나라당 부총재 경선에 나섰을 때 ‘가만히 있으면 여성 몫 지명직 부총재로 임명되는데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당내 분위기와 맞섰다. “여성 지도부는 들러리라는 금기를 깬 것”이라고 자평했다. 추 대표도 2003년 ‘첫 여성 원내대표’ 자리를 거부하고 민주당 대표직에 도전했다. 그는 “나는 여성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인”이라고 강조한다.

남성 위주의 여의도 세계에서 독보적 위치에 오른 두 사람의 정치력은 평가할 만하다. 원칙과 소신의 정치인으로 알려진 것도 비슷하다. 그래서 박 대통령과 추 대표가 정치 현안에 쉽게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다. 그렇다고 비관적으로만 보고 싶지는 않다. 박 대통령이나 추 대표는 국민, 민생을 늘 입에 달고 사는 정치인이다. 2009년 연말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한나라당과 노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가 당 징계를 받은 추 대표는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당도 살리고 국민도 살린다”고 했다.

추 대표는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금 민생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면서 ‘비상 민생경제 영수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이념과 진영 논리를 벗어나 실사구시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도 했다. 대통령의 화답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이미 야당 대표와의 회동 정례화를 약속했다. 그동안 청와대 회동은 이솝 우화의 ‘여우와 두루미’처럼 서로 먹지 못할 것만 테이블에 놓고 기싸움을 벌이다 끝났다. 청와대 ‘밥상’을 어떻게 차리느냐가 관건이다.이번만큼은 민생 문제에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밥상을 차려야 한다. 며칠 후면 추석 연휴다. 올 추석 밥상 민심은 박 대통령과 추 대표 하기에 달렸다.

황정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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