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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롯데그룹 수사’와 재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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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7 21:15:13 수정 : 2016-09-07 22: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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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 지배구조 교묘… 20대 국회선 성역 허물까 ‘횡령 및 배임, 탈세와 비자금 조성, 로비….’

검찰은 지난 3개월 동안 롯데그룹 비리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빼곤 총수일가와 경영진 대부분이 줄줄이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중 일부는 구속됐고 그룹 2인자가 자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 사이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부터 시작해 비자금 조성, 오너일가의 횡령 및 배임 탈세, 국부 유출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의혹과 혐의가 꼬리를 물었다. 

주춘렬 경제부장
재벌의 부패와 총수일가의 비리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와 유사한 진풍경이 벌어졌다. 재벌들은 너나 없이 부패스캔들에 휘말렸고 그 파장은 정치권으로 확산되며 ‘대형게이트’로 비화되기 일쑤였다.

왜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걸까. 아마도 총수의 독단적 전횡과 재벌의 고질적 비리 근저에는 기이한 소유구조가 깔려 있는 듯하다. 재벌의 소유구조는 서로 순환출자로 미로처럼 얽히고설켜 누구도 해독하기 어렵다. 불과 2년여 전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고리는 10만개에 육박했다. 재벌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다. 시민단체의 감시나 정부의 규제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니 재벌은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하기 쉽상이다. 이 때문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일도 하지 않고 지분도 없는 한국 롯데 계열사로부터 400억원의 급여를 챙기는 이상한 일도 벌어진다. 경영의 권한과 책임이 모호한 탓에 검찰의 수사도 단순비리를 따지는 식으로 흐른다. 부패와 비리의 주범인 재벌의 기형적 지배구조는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성역’으로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재벌정책의 수장인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얼마 전 사석에서 재벌 부패와 비리의 악순환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그 현실적인 방법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체제라고 단언했다. 중간지주회사란 기존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는 동시에 다른 자회사를 거느리는 지주사를 뜻한다. 여기에 금융계열사를 묶으면 금산분리원칙에 따라 엄격히 규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재벌의 고질적 병폐인 ‘일감몰아주기’가 사라지는 건 덤이다. 지주회사 체제하에서 총수일가는 지주 지분만 보유하고 지주사가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총수지분이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부당거래가 원천봉쇄되는 셈이다.

공정위는 이미 18대, 19대 국회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추진했으나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야당은 이 법안에 ‘삼성특혜법’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반대했고 여당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국회에서 8년이 흘러갔다. 그 사이 재벌에는 형제의 난이 돌림병처럼 번졌고 부패와 비리의 규모도 날로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20대 국회에서 의원입법 등을 통해 다시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에 도전할 작정이라고 한다. 정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적용대상에 삼성을 뺄 수 있다”, “반대한다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도 했다. 재벌을 둘러싼 짙은 어둠을 걷어내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묻어난다.

그런데 최근 추가경정예산 처리과정에서 자고 나면 약속을 파기하며 민생은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 20대 국회에 과연 희망이 있는 걸까. 가야 할 길은 먼데 시간만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주춘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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