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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사라가 할퀸 부산 피해현장.
연합뉴스
차례상을 준비하며 가슴 졸이던 남부. 비바람이 사나워지면서 큰 사달이 날 것만 같았다. 두려움은 곧 현실이 됐다. 며칠째 뿌리던 비는 하늘이 구멍난 것처럼 퍼붓기 시작했고 바람은 미친 듯 몰아쳤다. 수확을 앞둔 들녘은 절망의 바다로 변했고 무너진 집 더미에 통곡이 이어졌다. 1959년 9월17일. 기억하기도 끔찍한 태풍 사라의 심술이 추석을 덮쳤다. 이날 새벽 제주를 강타한 사라는 섬을 유린하고 내륙으로 치달았다. 낮 12시30분 통영 상륙 당시 순간최대초속 48.1m. 오후 2시쯤 울산을 지나 동해로 빠져나가면서 경상도 지역을 쓸어가다시피 했다. 철도와 도로는 떠내려가고 열악한 통신마저 두절됐다. 전력은 끊겨 천지를 분간할 수 없는 암흑의 공포에 밤새 떨었다. 예보시스템도 재난대책도 제대로 된 시절이 아니니 무슨 재간으로 천재지변을 당할까. 공식 사망실종자만 849명. 이재민 100만에 건물 12만1037동이 무너지고 선박 6619척이 부서졌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때라 경제적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못 먹고 못살았지만 날벼락 같은 재해에 동포애는 뜨거웠다. 거국적 모금운동이 번졌고 위문품이 전국에서 답지했다. 재난의 고통은 이웃의 아픔을 내 것처럼 나누는 위대한 유산이 됐다. 넉넉한 인심과 훈훈한 가족 사랑을 나누는 한가위. 모두의 명절이 될 수 있도록 삶의 무게에 지치고 힘든 이웃에 눈길을 돌려볼 때다.

김규영 편집위원

△1950년 9월15일 한·미연합군 인천상륙작전

△1940년 9월17일 중국 충칭서 광복군 창설

△1899년 9월18일 국내 첫 철도 경인선 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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