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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찬제의책읽기, 세상읽기] ‘노동의 종말’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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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12 20:42:17 수정 : 2016-09-12 20: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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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별 노동시간 통계를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2000년에서 2015년까지 16년 동안 평균 노동시간에서 한국이 1위란다. 2015년만 보면 2113시간으로 2246시간 일한 멕시코에 이어 2위다. OECD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1766시간)보다 347시간 많다. 시간당 실질임금은 노동시간에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멕시코가 6.62달러, 한국인 15.67달러, 독일이 32.77달러다. 가까운 일본의 근로자들은 연간 1719시간 일하면서 시간당 20.81달러를 받았다.

주지하다시피 인류는 노동을 통해 문명을 일궈왔다. 그 과정에서 노동시간은 점차로 줄어들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자유시간이 늘어나 좋지만 반대급부로 일자리가 줄어든다. 산업혁명 시기의 기계파괴운동을 기억하고 있거니와 제3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작금의 상황, 그러니까 하이테크놀로지로 무장한 로봇,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들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면서 사정은 더욱 급변한다. 생산성을 중시하는 많은 기업가들은 자연스럽게 신규 채용보다는 자본 투자를 늘린다. 그에 따라 일자리는 더욱 줄어든다. 이런 상황이 가속화되면 결국 ‘노동의 종말’에 이를 것인가.

새로운 사회계약 역설한 리프킨

시장경제의 작동을 너무 과신하면 곤란하다. 취업의 기회로부터 쓰레기처럼 버려진 많은 실업자들이 범죄, 마약, 매춘 등에 빠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사회안전망이 무너지고 결국 지속가능한 지구 살림을 하기 어렵게 된다. 즉 일자리를 다각적으로 창출해 실업과 범죄율을 줄여야 원활하게 하이테크 시대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주장한다. 우선 일을 나누는 것이 요긴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연장근로를 포함해 주당 52시간을 일할 경우 62만4000명이 일하는데, 30시간 근무로 단축하면 108만2000명이 일할 수 있다. 고용 창출 효과가 만만치 않다.

단축으로 생기는 미사용 노동력, 에너지, 자원을 건설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제3 부문이 강화돼야 한다. 시장으로부터 축출된 노동력을 흡수해 기초적인 사회적 서비스와 문화적 생활을 윤택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경제가 제3 부문이다. 기존의 사적·공적 부문의 중간지대에서 제3의 경제가 잘 작동하면 경제 생태가 좋아질 수 있다. 예컨대 자원봉사나 공동체 서비스 활동에 대해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게 좋다. 인간 정신에서 체제에 이르기까지 거듭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리프킨의 전언이 의미심장하다. 

기계에 뺏긴 일 나눠야 고용 유지

“우리는 지금 세계 시장과 생산 자동화라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거의 노동자 없는 경제로 향한 길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그 길이 안전한 천국으로 인도할 것인지 또는 무서운 지옥으로 인도할 것인지의 여부는 문명화가 제3차 산업혁명의 바퀴를 따라갈 후기 시장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노동의 종말은 새로운 사회 변혁과 인간 정신의 재탄생의 신호일 수도 있다.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노동의 종말’)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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