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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무예올림픽을 향한 무예마스터스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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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12 21:36:16 수정 : 2016-09-12 21: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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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평화 위한 무예르네상스
새로운 한류 아이템으로 유망
무예는 이제 전쟁도구가 아닌
미래신체예술시대의 주인공
최근 청주에서 열린 ‘2016년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9월 2∼ 8일)를 다녀왔다. ‘무예를 통한 세계의 조화’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와 각종 세계 무예 시연으로 구성된 이번 대회에서 필자는 제1 기조논문 발표(키노트 스피치)를 요청받았다. 거기서 나는 제2 기조강연을 맡은 벨기에 겐트대학의 안드레아스 니하우스 교수와 세계적인 스포츠 베테랑 기자인 데이비드 밀러 런던타임스 기자를 만날 수 있었다.

서양에서 발원한 올림픽은 인간의 스포츠를 망라하면서 창조적으로 세계의 평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동양에 산재한 수많은 무예는 아직 올림픽만 한 세계대회를 마련하지 못했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은 쿠베르탕에 의해 근대올림픽으로 부활하여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로, 더욱이 1960년 로마올림픽부터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을 자매 올림픽으로 거행하여 인류 평화와 복지에 기여하고 있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동양 무예인의 꿈은 이제 무예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아직 국제적으로 분위기가 성숙하지는 않았지만, 무예가 세계평화에 기여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이번에 ‘세계평화를 위한 무예 부흥(르네상스)의 시대적 과제’를 발표했던 것이다. ‘서양에서 (발원한) 올림픽이 있다면, 동양에는 무예가 있다.’ 한국은 세계 유일의 ‘무예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한류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무예올림픽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무예라고 하면 영화배우로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이소룡(1940년∼1973년)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는 중국의 전통무술인 영춘권(詠春拳)을 절권도(截拳道)로 재창조한 인물이다. 브루스 리로 통하는 그는 동양철학(워싱턴 주립대학 철학과 졸업)을 바탕으로 복잡다단한 중국 무술을 절권도라는 단순하고 실전적인 형태로 ‘물처럼 흐르는 무예’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한국은 광복 후 태권도를 창안하고 세계화를 위해 노력했다면 중국은 이소룡에 의해 절권도를, 그리고 중국 국기사업으로 우슈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였다. 한국의 태권도는 한국보다 더 알려진 효자 종목이다. 무예의 스포츠화라는 세계적 흐름을 잘 탄 한국문화의 쾌거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그렇지만 알다시피 동양 무예를 가장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무사도의 나라이다. 한·중·일의 무예 교류사를 보면 한국의 화랑도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무사도가 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무예 명문가인 다케다 가문의 시조는 신라사부로(新羅三郞)라는 이름의 무사이다. ‘삼랑’(三郞)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사무라이’가 된다. 이는 일본 무사의 뿌리가 신라계임을 증명하는 자료가 된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 무도를 신라의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이미 일본식으로 정형화되고, 일본의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세 이후 무예의 전통을 잃어버리고 지나친 문치주의로 결국 일본에 식민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신라의 해상왕 장보고(張保皐)는 일본에서 흔히 신라명신(新羅明神)으로 불린다. 장보고의 후예가 신라사부로 미나모토노요시미쓰(新羅三郞 源義光)에게 대동류를 전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예학자 송일훈에 따르면 장보고의 상징 깃발과 미나모토노요시미쓰와 다케다 신겐(武田信玄) 대동류합기유술 종가의 상징 깃발의 무늬가 동일하다고 한다.

대동류는 일본 사무라이 무술의 기둥으로, 유술(柔術)의 대표적인 유파이다. 유술이 현대에 와서 걸어 던지고 메치는 기술을 중심으로 경기화된 것이 유도(柔道)이다. 팔과 어깨 등 관절을 제압하면서 상대 공격을 흘려내는 기술이 합기도(合氣道)가 되었다. 대동류는 일본으로 건너가서 오늘날의 유술유도, 합기도 등 맨손무술, 그리고 대동류의 검술이 검도로 갈라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무도 전통을 보면 부럽기 짝이 없다.

사무라이의 나라로 서방에 알려진 일본의 무도는 오늘날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그런 여파로 이번 무예대회 유럽 발표자의 대부분이 일본의 무예나 스포츠에 대한 논문을 들고 나왔다. 물론 한국의 발표자는 태권도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전략적으로 한국의 ‘무예도보통지’를 들고 나갔다. 세계 유일의 무예 바이블을 한국이 가지게 된 연유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당하면서 무예를 비천한 것으로 무시한 것을 반성함으로써 동양 무예를 집대성한 덕분이다. 말하자면 전쟁에서의 패배한 덕분에 무경을 가진 셈이다.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어떻든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예경전을 가진 나라이다. 이것을 잘 풀어 먹으면 한류와 창조경제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되기에 충분하다. 만약 한국의 주창으로 무예올림픽이 세계적으로 성사된다면 이것은 한국발 세계화의 가장 큰 사건이 될 수도 있다. 무예무도가 전쟁의 도구로 사용되던 것은 옛말이 되었고, 무예는 미래 신체예술 시대의 총아로 등장하고 있다.

무예올림픽의 꿈은 한국에서부터 영글어가고 있다. 무예올림픽의 성사는 무예인의 적극성과 용기에 달렸다. 이번 무예마스터 대회를 두고 여러 잡음이 일었던 것은 한국문화의 당파성을 드러낸 수치였다. 질투는 이제 한국문화의 힘이 아니라 적이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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