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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왜 자꾸 예외를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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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12 21:47:35 수정 : 2016-09-12 21: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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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관리 실패하고도
자리 욕심 내는 세태
기본 무시하다 대가 치러
우리 스스로 더 엄격해야
2017년 WBC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이 절실하다”고 했다. 극심한 투수난을 겪고 있어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서 마무리로 활약하고 있는 오승환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 선수에게는 문제가 있다. 해외 도박 혐의로 지난 1월 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의 약식 명령 처분을 받았다. 오승환의 대표팀 발탁은 규정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스포츠 정신을 어긴 선수에게 태극마크를 달아주어도 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영의 박태환 선수는 약물 복용 전력에도 불구하고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 약물 복용 대가로 이미 선수자격 정지 처벌을 받았으나 대한체육회의 별도 조항 때문에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게 되자 ‘이중처벌’ 논란이 일었다. 박태환의 기량이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면 갑론을박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박태환의 올림픽 참가는 올림픽에 출전시키라는 법원의 결정으로 가능했지만, 이면에는 메달을 따올 만큼의 실력이 있으니 봐주자는 논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김기홍 논설실장
스포츠는 스포츠다워야 한다. 스포츠의 최고 덕목은 페어플레이다. 규칙을 준수하고, 상대 선수를 존중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스포츠 정신을 소홀히 하고 성적 지상주의를 앞세우면 공정 경쟁은 실종되고 경기장은 불신의 장이 된다. 스포츠가 잇단 승부 조작으로 오염되면서 신뢰와 권위를 갉아먹은 것은 스스로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력만 있다고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철저한 자기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자기관리에 실패했으면 그에 대한 책임도 확실히 져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대표’에게는 엄격한 도덕적 책무가 따른다. 자기관리를 제대로 못해 모범이 되지 못하는 자에게 ‘국가대표’라는 훈장은 어울리지 않는다. 골프의 박인비가 “내 인생 최고의 노래”라고 했던 애국가를 들을 자격도 없다.

국민에게서 월급을 받고 신분을 보장받는 공직자도 마찬가지다. 공직에 걸맞은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는 당연히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 공직자 인사에서 종종 인선난을 겪는다. 엄격해진 검증 잣대 때문이기도 하지만 검증 대상자가 먼저 자신의 허물을 알고 사양하기 때문이다. 염치가 있는 사람은 내가 있을 자리를 알아보고,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구분한다. 염치가 없어지면 사람의 그릇과 자리가 맞지 않는 일이 빈번해지고, 나아가고 물러나는 일이 어지러워진다. 당연히 사회 기강이 혼탁해진다.

공직사회의 기강이 땅에 떨어졌다는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온갖 의혹을 받고 있는데도 “하지 않은 일 때문에 책임지고 사퇴하지 않겠다”고 하는 고위공직자들이 있다. “의혹만으로 사퇴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직 인사의 방침이라면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도 오래전의 일이라는 이유로 법과 질서를 바로잡는 사정기관의 우두머리를 맡는 것은 천금의 무게가 실려야 할 공직을 비웃는 것이다. 도지사가 거액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도 물러나지 않는 것은 승풍파랑 (乘風破浪)의 원대한 포부와 거리가 멀다.

“무능한 진보보다 부패한 보수가 낫다”는 말이 회자된 때가 있었다. 사회를 진보와 보수로 편 가르는 일종의 주술이었다. 보수가 진보보다 나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부패가 무능보다 나을 턱이 없다.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고 말하는 것은 맑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 모두에 대한 모욕이다.

우리 사회는 기본을 무시하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다. 시행을 앞두고 있는 김영란법도 따지고 보면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법 시행에 따른 혼선과 피해를 걱정하는 말들이 많지만 자기관리만 철저히 하면 문제될 게 없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예외가 많으면 불법이 끼어든다. 변칙과 편법이 만연하면 불신을 낳는다. 남에게만 철저한 것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가혹하리만큼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자꾸 쓸데없이 예외를 만들지 말자.

김기홍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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