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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엄숙한 고요… 삶을 위로하는 새벽의 숭고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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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13 19:56:16 수정 : 2016-09-13 19: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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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모토 히로시 ‘북대서양, 모허절벽’(1989년)
고대 사람들은 거대한 바다의 수평선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깊이와 거리를 가늠하기 힘든 바다를 바라보면서 미지의 세계에 공포와 더불어 호기심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지만 요즘 우리는 저 멀리 바다 건너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또 그 깊이는 얼마나 되는지 손바닥의 작은 액정을 통해서 쉽게 알 수 있게 됐다.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정보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그러나 과도한 정보가 이제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형국이 됐다.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수많은 광고들, 길거리를 가득 메운 형형색색의 광고판과 간판들, 스마트폰에 업로드되는 새로운 정보들이 시끄러운 빛과 소음이 되어 끊임없이 오감을 자극한다. 정보와 시각이미지로부터의 자유를 외쳐야 할 지경이다. 엄숙한 고요가 절실한 시점이다.

일본 사진작가 스기모토 히로시의 작품은 그래서 느리고 모노톤이다. 선불교 사상을 사진이미지로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사진은 빠르게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쉬었다 가라며 작은 휴식의 창을 건네는 듯하다. 자극적인 색이 모두 빠진 사진에는 물결과 저 멀리 희미해진 수평선만이 이곳이 바다임을 암시하고 있다. 잔잔한 물결과 조용한 하늘, 그리고 그 경계를 허무는 신비로운 안개는 숭고한 새벽의 분위기를 선사한다. 허겁지겁 출근을 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위로가 되는 새벽의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고 있다. 미국 문학사의 초석이 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수상집 ‘월든’에는 이런 글이 있다. “하루하루가 그가 이때까지 더럽힌 시간보다 더 이르고 더 성스러운 새벽의 시간을 담고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은 인생에 이미 절망한 사람이며 어두워져 가는 내리막길을 걷는 사람이다.” ‘사진 철학자’라 불리는 스기모토의 작품은 이 가을 성스러운 새벽의 가치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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