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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홀로그램 전용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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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18 20:17:33 수정 : 2016-09-18 20: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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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세계 최초 홀로그램 전용관을 표방하는 서울 중구 케이라이브(K-live)에서 ‘홀로그램 콘서트’를 본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홀로그램이란 개념도 생소했기 때문. 홀로그램이라 하니 막연하게 5만원권 지폐가 떠올랐다. 5만원권 지폐 왼쪽에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홀로그램이 은박 띠 모양으로 새겨져 있으니 말이다.

이날 본 콘서트는 다름 아닌 ‘빅뱅 스페셜’. 빅뱅과 빅뱅 리더인 지드래곤이 45분간 공연을 선보였다.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삼차원 영상으로 된 입체사진을 통해 실제 공연 모습을 구현한다는 것. 케이팝(K-POP) 주역인 인기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여서 그런지 관객 2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국인 여성이었다.

박진영 사회부 기자
공연 시작 5분 전 부랴부랴 들어간 공연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어두컴컴했다. 장내에는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야광봉을 흔들거나 가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등장을 재촉하는 극성팬들은 없었다. 실제 공연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대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빅뱅이 스크린에 나타나 현란한 춤을 선보이기 시작했을 때에도 몰입하기 힘들었다. 공연 초반에는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섯 멤버들의 모습이 작아 ‘애니메이션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내 분위기가 무르익자 장내는 실제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나도 어느새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빅뱅 콘서트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실제 공연장을 연상케 하는 부분은 또 있었다. 홀로그램 콘서트도 일반 콘서트처럼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었다. 공연 시작 전 관객들이 장내 사진 부스에서 찍은 사진이 콘서트 진행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빅뱅 멤버들이 사진을 한 장씩 선택해 무대로 가져가는가 하면 운이 좋은 한 외국인 여성은 지드래곤의 구애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홀로그램을 비롯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신기술이 쉴 새 없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생애 처음으로 홀로그램 콘서트를 즐겼던 케이라이브도 미래창조과학부와 KT가 각각 10억원, 83억원을 투입해 2014년 1월 문을 열었다.

이처럼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좁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사람들이 그런 기술을 체감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일 말이다. 홀로그램만 해도 전용관이 문을 연 지 3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 일반인에게는 낯설고 멀게만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에게 홀로그램 콘서트를 봤다고 하니 대부분 ‘그게 뭐냐’, ‘그런 걸 왜 봤느냐’ 의아해하는 반응이었다.

공연장을 찾은 날이 주말이었는데도 좌석이 텅텅 비어 있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현실이 아닐는지.

박진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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