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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순수의 색으로 감성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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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0 22:11:07 수정 : 2016-09-20 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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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범 ‘화이트’ 시리즈 하얀 도시 풍경이다. 인적은 없고 파괴된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다. 실제론 죽음과 혈흔이 낭자했을 것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재난, 테러의 현장을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무감각하게 바라보고 지나친다. 

(10월22일까지 리안갤러리 전시)
하태범(43) 작가는 이 같은 방관자적 시선을 ‘화이트’ 시리즈를 통해 마주 보게 만든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미디어 이미지로 단순히 소비할 뿐이다. 함께 아파하는 공감 능력은 쏟아지는 이미지들에 의해 무뎌지고 있다.

하 작가는 미디어의 보도 이미지를 하얀 종이로 정교하게 입체적으로 재현해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종이 미니어처를 제작해 촬영하는 것이다. 총알로 부서진 건물 모습도 BB탄을 미니어처에 실제로 발사해 실감 나게 재현했다. 재난현장이 됐건 전쟁터가 됐건 모두가 하얀색이다. 감정이 탈색된 모습을 색으로 드러내고 있다.

인간은 감정이입 세포인 거울뉴런(Mirror neuron)을 지닌 사회적(세계적) 존재다. 공감 능력 상실이 지구촌 공동체의 평화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라는 말이 실감되는 시대다. 우리 모두가 공감 능력 장애자임을 겸허하게 직시할 때다.

하 작가는 미디어를 통해 흔히 보게 되는 이미지들에 하얀색 옷을 입혀 생경하게 만들고 있다.

초현실주의 풍경을 떠올리게도 해준다. 공감 능력 회복을 위해 미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들이다. 무감각해진 대상을 생경하게 보게 해주는 것이 일깨움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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