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공감!문화재] 세계최초의 캠핑카 사륜정(四輪亭)

관련이슈 공감 문화재

입력 : 2016-09-21 20:48:28 수정 : 2016-09-21 20:48: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014년 기준 국내 캠핑시장 규모는 약 6000억원, 캠핑족은 300만명에 달한다.

캠핑카의 기원은 15세기 체코의 보헤미안 지방에서 당시 인도에서 넘어온 집시들이 마차 위에 집을 얹은 형태가 시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보다 300년이나 앞선 캠핑카가 우리나라에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기록이 있다. 바로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문집’에 실려 있는 ‘사륜정기’(四輪亭記)가 그것이다.

문헌에 의하면 사륜정(四輪亭)은 이동식 정자로 바퀴를 넷으로 하고 정자를 그 위에 지었는데 정자의 사방이 6척이고 들보가 둘, 기둥이 넷, 대나무로 서까래를 하고 대자리를 그 위에 덮은 형태로 보인다. 동서남북이 각각 난간 하나씩이요, 정자가 사방이 6척이니, 그 칸수를 다 합치면 모두가 36척 규모이다.

정자 안에는 거문고를 타는 한 사람, 노래를 부르는 한 사람, 시에 능한 승려(僧) 한 사람, 바둑을 두는 두 사람, 그리고 주인까지 여섯 명이 앉았다. 이규보는 고정된 건축물인 정자가 사시사철 아름다운 경치를 누리는 데 한계가 있고 동행인들이 이를 쫓아 이동하는 데 드는 수고를 덜고자 사륜정을 고안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획기적 발명품은 이동이 가능하도록 한 네 바퀴 달린 정자라는 유례없는 발상 이외에도 정자 내부의 구성원 배치와 그 행태까지 치밀하게 계획한 점이 오랜 기간 누정문화를 공유해 온 동양의 많은 사례와 비교해도 독창적인 면이 충분히 인정된다.

이규보의 사륜정은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벗들과 산수의 즐거움을 마음껏 향유하고 싶었던 선비의 이상향까지 담고 있어 최고의 캠핑카라 할 만하다. 사륜정을 고안해 명승에 머무르며, 자리 배치에 따른 선조들의 역할놀이를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이원호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