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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리우의 투혼… 전민재, 발로 쓴 편지 ‘감동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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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2 20:46:22 수정 : 2016-09-22 21: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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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장애인 레이서 전민재(39·전북장애인체육회·사진)가 힘차게 달린다. 더위에 지칠 법도 한데 뛰고 또 뛴다. 숨이 차 헉헉거리면서도 얼굴에서 미소만큼은 절대 잃지 않는다.

지난 19일 막을 내린 리우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출전한 모든 선수들은 자신의 장애를 딛고 한계를 돌파하는 모습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전민재의 ‘발로 쓴 편지’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전민재는 13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200m T36등급 결선에서 31초06으로 2위를 차지했다. 전민재는 입 대신 손과 발로 말한다. 다섯 살 때 원인 모를 뇌염을 앓으면서 생긴 뇌성마비의 후유증 때문에 단어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 손도 심하게 뒤틀려 펜을 잡고 글자를 쓰기 힘들다.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자판을 눌러 메신저를 통해 소통하거나 발로 글을 적어 대화한다.

전민재는 성인이 다 돼서야 세상으로 나왔다. 장애를 안고 나서 15년 가까이 전북 진안군의 집에 틀어박혀 살았다. 열아홉에야 비로소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때만 해도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다”던 그는 중학교 2학년이던 2003년 체육교사의 제안으로 달리기를 시작하며 새 삶을 시작했다. 육상에 입문한 그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더니 2008 베이징 패럴림픽 200m 4위, 100m 6위에 올라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전민재는 2012 런던 패럴림픽 100m, 200m에서 각각 2위를 차지했다. 2년 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그는 리우에서도 은메달을 손에 쥐었다.

대회 100여일 앞두고 기자와 만난 장애인 육상 대표팀 주대하 감독은 “민재는 나이가 많아 이번 대회는 아무래도 메달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달리기를 좋아하니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지 않겠냐”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 사이 반전이 일어났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장애인스포츠에서도 집단 도핑 문제를 드러낸 러시아 선수단에게 리우 패럴림픽 전원 출전 금지라는 철퇴를 내렸다. 그 덕분에 같은 종목에서 전민재보다 기록이 좋거나 비슷하던 러시아 선수 2명이 패럴림픽에 나오지 못했다. 세계 4∼5위권으로 거론되던 전민재는 더 힘을 내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시상대 두 번째 자리에 섰다.

시상식을 마친 전민재는 발로 쓴 편지를 꺼내 들었다. 편지는 관계자가 대신 읽었다. “주변에서 너는 못할 거야 너는 할 수 없어 너는 메달을 딸 수 없어라고 비아냥거리며 제 꿈을 짓밟는 말들로 제게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혼자 눈물을 삼키면서 저 자신을 다독이며 저와의 외로운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을 했습니다. 훈련은 저 자신과의 싸움이었기 때문에 홀로 외로이 버티면서 때로는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힘든 상황에 좌절하며 서러운 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저는 포기하지 않고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제가 앞으로 선수생활은 2018년까지만 하고 멋지게 은퇴를 하고 싶어요. 그때까지만 전민재를 응원 많이 해주세요.” 그가 던진 이 메시지는 조금만 난관에 봉착해도 지레 포기하는 젊은이들에게 작지 않은 울림을 준다.

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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