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공간이지만 생경하게 다가온다. 빛을 단단히 정지시킨 풍경이다. 그 틈새로 ‘궁극의 공간’이 살며시 피어나는 듯하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창문 너머의 공간으로 이끌린다. 미지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통로 같다.
가을날 시린 창공을 하염없이 바라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알 것이다. 왠지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뭔가 모를 고독감에 그랬다. 마치 텅빈 공간에 남은 것이라곤 과감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빛뿐인 것처럼.
(605×438㎝, 개인소장, 1963) |
누구나 자기만의 방은 고독한 공간이다. 그러나 나만의 공간으로 위안이 되고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준다. 고독은 바닥을 칠 때 치유되기 때문이다. 고독의 힘이다. 호퍼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남긴 마지막 걸작 ‘빈방의 빛’의 메시지도 이런 것일 게다.
고독은 자유롭게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기에 행복한 침묵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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