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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고독은 나를 찾는 행복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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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8 00:41:59 수정 : 2016-09-28 00: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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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빈방의 빛’ 가을빛이 따스하면서도 허전한 계절이다. 텅빈 가슴을 허공 어디쯤에 내걸고 부유하고픈 시기이기도 하다.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그림 한 장이 있다. 미국의 인기 작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1882~1967)의 작품 ‘빈방의 빛’이 그것이다. 텅빈 공간에 남은 것이라곤 빛과 그림자뿐이다.
일상적 공간이지만 생경하게 다가온다. 빛을 단단히 정지시킨 풍경이다. 그 틈새로 ‘궁극의 공간’이 살며시 피어나는 듯하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창문 너머의 공간으로 이끌린다. 미지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통로 같다.

가을날 시린 창공을 하염없이 바라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알 것이다. 왠지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뭔가 모를 고독감에 그랬다. 마치 텅빈 공간에 남은 것이라곤 과감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빛뿐인 것처럼.


(605×438㎝, 개인소장, 1963)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서 비로소 ‘내가 홀로 있음’이 부여됨을 느끼게 된다. 확실히 있긴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것의 존재감도 감지할 수 있다. 침범하지 않고 목격할 수 있는 공간이 주는 위대함이다. 호퍼의 ‘빈방의 빛’에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건 바로 그런 이유다.

누구나 자기만의 방은 고독한 공간이다. 그러나 나만의 공간으로 위안이 되고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준다. 고독은 바닥을 칠 때 치유되기 때문이다. 고독의 힘이다. 호퍼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남긴 마지막 걸작 ‘빈방의 빛’의 메시지도 이런 것일 게다.

고독은 자유롭게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기에 행복한 침묵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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