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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듯 낯익은… 일본 고대문화의 본산

입력 : 2016-09-29 14:00:00 수정 : 2016-09-29 14: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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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다자이후'
약 6000그루의 매화나무가 심어져 ‘매화의 명소’로도 유명한 다자이후텐만구는 매년 700만명의 참배자가 몰리는 곳이다. 교토의 기타노 신사와 함께 일본 전국 신사의 총본사이기도 하다. 16세기 후반 모모야마 건축 양식에서 영향을 받은 본전과 국보를 보관한 보물전 등이 있다. JNTO 제공
‘소레데와 마따(それではまた·그럼 또 봐요)’

후쿠오카는 그런 곳이다. 막상 떠날 때가 되면 아쉬워져 또 한번의 만남을 기약하게 되는 정겨움과 푸근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정도로 매우 가깝다. 비행기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자체를 여행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후쿠오카는 출발부터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면 고향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한겨울에는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드물 정도로 사계절 내내 온화한 기후때문일까. 자연경관을 둘러보고, 다양한 먹거리까지 즐기고 나면 막상 돌아갈 땐 하루 더 휴가를 내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낯선 곳에 가면 자연스럽게 느껴진 수밖에 없는 여행자의 고독도 없다. 만약 복잡한 도시의 생활이 진절머리가 난다면, 그래서 당장이라도 고즈넉하고 조용한 곳으로 떠나야 한다면 후쿠오카는 모범답안으로 삼을만하다. 
다자이후텐만구로 들어서는 길

특히 과거 규슈의 중심도시이자 후쿠오카 남쪽에 위치한 ‘다자이후’는 규슈를 500년 이상 통치한 다자이후 정부가 있던 곳으로 일본 고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가운데 ‘다자이후텐만구’는 다자이후 최고의 명소다. 니시테츠 다자이후 전철역에서 6∼7분만 걸어 가면 될 정도로 쉽게 찾을 수 있어 여행 경로를 계획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정도로 규모는 작지만, 일본 다른 지역에 있는 신사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다자이후텐만구 본전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한다. 신지 연못위의 이 다이코 다리에서는 연못에서 헤엄치는 비단잉어와 함께 사계절 다른 꽃을 피워내는 다야한 식물들을 볼 수 있다. JNTO 제공

다자이후텐만구는 일본의 학자 ‘스가와라 미치자네(845∼903)’을 기리기 위해 세운 신사로 전국에서 매년 700만명 이상의 참배객이 몰리는 곳이다. 특히 스가와라 미치자네는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어 일본의 수험생을 둔 부모들이 먼 지역에서도 찾아와 소원을 비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이곳의 본전은 1591년 모모야마 시대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져 화려하고 웅장하다. 그러나 다자이후텐만구의 묘미는 입구에서 본전으로 가는 길, 그 자체에 있다. 경내에는 약 200종, 6000그루에 달하는 매화나무가 심어져 있고, 약 40종 3만포기의 창포가 자라고 있어 계절마다 다르게 피어나는 꽃들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팔뚝만한 비단잉어들이 헤엄을 치는 신지 연못 위에 설치된 다이코 다리를 지날 때는 다리가 끝나가는 게 아쉬워 절로 발걸음이 늦춰진다. 어른 걸음으로 금세 건널 수 있는 곳인데도, 그 풍경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다리 중간지점은 늘 북적인다. 
다자이후텐만구 입구에 있는 소 조각상의 머리와 뿔을 만지면 머리가 좋아져 시험에 합격한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본전까지 들렀는데도 자꾸 발걸음을 옮기기가 힘들다면 그건 강하게 당기는 ‘핏줄’때문인지도 모른다. 시인이자 학자였던 스가와라 미치자네의 가문은 서기 407년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왕인 박사의 자손이다. 백제의 학자 왕인은 일본으로 가 한문과 천자문을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백제 멸망 이후 이주한 백제의 백성들이 나당연합군의 침략을 막기 위해 쌓은 수성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의 흔적은 지금도 ‘합격’이 적힌 부적을 사는 수험생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수험생 자녀의 합격을 위해 전국에서 온 학부모들이 소원을 적어 걸어놓았다.

다자이후텐만구를 나오면 각종 기념품 가게와 개성있는 음식들을 파는 식당이 몰린 ‘오모테산도 거리’가 나온다. 200m정도의 짧은 거리이지만 제대로 둘러보려면 1시간도 더 걸리는 곳이다. 이 곳에는 매화를 새긴 ‘우메가에 모치’는 물론 일본의 유명 건축가 쿠마겐고가 설계한 독특한 콘셉트의 스타벅스를 만나볼 수 있다.

다자이후텐만구를 한바퀴 다 돌았다면, 다시 역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200m 정도 길이의 ‘오모테산도 거리’에는 80여개의 오래된 상점들이 즐비하다. 전통 공예품은 물론 카페와 식당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직선으로 쭉 이어진 거리에서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되는 것은 한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다. 다자이후의 명물인 ‘우메가에 모치’를 만들어 파는 곳이다. 우메가에모치는 우리나라의 전병과 비슷한 음식이다. 찹쌀을 구워 만든 피 안에 팥소가 가득 들어있다. 겉면엔 매화 모양이 새겨져 있다.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이 곳에서 유배중일 때 딸이 죽자 이웃의 한 여인이 매화나무 가지에 찹쌀떡을 꽂아 건네줬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됐다. 한 입 베어 물면 설탕처럼 강한 단 맛이 아닌 입 안을 맴도는 은은한 달콤함이 느껴진다. 
‘학문의 신‘을 모시고 있는 신다자이후텐만구에서는 시험 합격을 기원하는 부적 등 각종 기념품을 팔고 있다.

도깨비 얼굴이 찍혀진 ‘오니가와모나카’도 지나칠 수 없는 간식거리다. 모나카 안에 팥소나 아이스크림을 넣어 달콤함을 더한다. 연이어 먹은 달달한 주전부리로 입 안이 텁텁해져 온다면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들어가 쌉쌀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한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쿠마겐고가 설계한 이 스타벅스는 ‘자연의 소재를 이용한 전통과 현대의 융합’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입구에서 가게 내부에 이르기까지 길다랗게 잘라낸 목재를 못 하나 없이 서로 엇갈리게 한 전통적인 짜임방식으로 이뤄져있다. 목재 특유의 따뜻한 느낌과 기하학적으로 절제된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후쿠오카=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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