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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가을, 예술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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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01 01:11:32 수정 : 2017-02-03 17: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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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나 영화는 삶의 거울
과학에서 못배운 지혜 얻어
나를 가둔 것들을 잠시 풀고
삶을, 세상을 다시 둘러봐야
어느 대학의 교양과목 관련 학장회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농대학장이 예술 관련 교양과목은 모두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대 학생들은 농업 관련 지식을 부지런히 쌓아서 농업전문가로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데 예술 관련 과목이 그런 지식을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미술 관련 과목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들로 폴 세잔의 사과 그림이나 빈센트 반 고흐의 옥수수밭 그림 정도가 있지만 그것들도 정확한 지식을 주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농대학장의 이 주장은 옳은가.

물론 가상의 상황이고, 필자가 ‘미학과 미술’ 강의를 하면서 드는 예 중 하나이다. 예술을 통해서 우리가 지식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학생들과 함께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학생은 예술을 통해서 얻는 바가 있다고 말한다. 예술이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어떤 학생은 수업이 끝난 후 내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 내용은 이렇다. 피아니스트 랑랑(郞朗)이 어떤 인터뷰 기사에서 한 말인데,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되면 일상생활로 분주한 마음을 가라앉혀주고, 기술의 빠른 변화나 문명의 발달로 인한 속도감을 늦춰 주면서 차분하게 주위를 돌아보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몇몇 현대 미술작가의 작품도 예로 덧붙였다.

한 편의 영화가 우리의 세상 보는 관점을 일깨워 주듯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예술작품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삶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이 지식일까. 랑랑의 말에는 예술이 우리에게 지식을 준다기보다 마음을 가라앉혀 주고 정서적으로 순화시켜 준다는 뜻이 담겨 있다. 예술이 정서적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예술이 지식을 주기도 한다. 그것은 과학을 통해서 우리가 얻는 지식과는 다르다. 과학적 지식은 개념적이고 논리적이다. 자연과 세상과 우리 삶을 단순화하고 추상화해서 핵심이 되는 내용만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이에 비해 미술작품이나 소설이나 영화 등은 세상과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구체적이며 생생하게 나타내고 전달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과학으로 접하지 못한 측면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예술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예술을 통해서 이런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유럽 여행을 가면 대부분의 사람이 한 번씩 들르는 곳이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이고, 그곳에서 반드시 찾는 작품이 ‘밀로의 비너스’와 ‘모나리자’이다. 그래서인지 그 작품들 앞에는 항상 세계 각국의 많은 사람이 붐비고 있다. 그 그림이 왜 명작인지 어떤 감흥을 주는지는 알 수 없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한다. 2000년을 훌쩍 넘긴 ‘밀로의 비너스’와 500년도 더 지난 ‘모나리자’ 앞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그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의 시선과 관심을 모아 온 예술의 위대함과 예술에 대한 경외감일 텐데 이처럼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분위기를 좀 바꿔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 지금 서울·부산·광주에서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비엔날레라는 미술행사가 열리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세상에 대한 발언이 담겨 있다. ‘밀로의 비너스’나 ‘모나리자’만큼의 명성은 없을지라도, 지금 우리가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삶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들이다.

유난히 덥고 짜증스럽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나들이 삼아 여행을 떠나 나를 가두었던 모든 것들을 털어버리고, 주변을 돌아보고 비엔날레 전시장도 들러보면 어떨까. 이 시대를 사는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표현하는 세상 보는 눈과 세상을 대하는 느낌을 함께해 본다면 이 가을이 보다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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