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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고부가 제품 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 설비 경쟁력 확보, 선제적 통상분쟁 대응, 친환경 제철공법 및 스마트제철소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핵심은 ‘자발적인 사업재편’으로 모아졌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철강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실제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석유화학협회가 해외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추진한 시장 분석에 따르면 몇몇 분야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철강은 지난해 글로벌 공급과잉 규모가 7억5000만t에 달한다. 철강 수요는 연 1%의 저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조강능력은 최대 28억t 규모로 늘면서 적어도 2020년까지 7억∼12억t 수준의 공급과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조선·에너지개발 산업의 침체로 우리나라의 후판과 강관 품목의 공급 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이들 품목은 향후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각 기업들은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자발적 사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필요한 부분에서는 자발적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면서도 “국내 업체가 생산량을 줄인다고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가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도, 결국 중국이 생산량을 늘리면 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향후 시장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속단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동부제철은 냉연강판 등 판재류 생산 경쟁력을 갖고 있어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강관 분야에서도 M&A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인수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업체는 없다.
석유화학 업계도 비슷한 의견이 많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은 하나의 재료로 여러 제품을 생산하다 보니, 문제가 되는 제품만을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기는 어렵다”며 “현재 문제가 된 품목들이 국내 화학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정부로서도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시장지배력이 강한 사업자들이 모여 노골적으로 주고받기식 사업재편을 할 경우 담합으로 몰릴 우려도 있다.
도경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은 공급과잉에도 사업재편에 나서지 않는 기업에 대해 “시장이 패널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도 실장은 “제품 가격이 후발국보다 비싸면 팔리지 않을 것”이라며 “후판이나 TPA를 자발적으로 감축하지 않으면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 것이고 손실을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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