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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증 힘든 의료사고… 진료과정 전체 기록 남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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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30 20:58:40 수정 : 2016-09-30 21: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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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이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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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소송은 내용이 복잡하고 자료도 방대합니다. 사건 해결에 너무 긴 시간이 걸려 한마디로 ‘돈이 안 되는’ 소송이죠. 그래서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 변호사들도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가 금방 손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좀 더 끈기와 사명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의변) 새 대표 이인재(43·사법연수원 31기) 변호사의 말이다. 2008년 발족한 의변은 현재 의료소송에 관심이 있는 변호사 192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15년간 의료소송만 전담해 온 그는 최근 의변 정기총회에서 5대 대표로 선출됐다.

최근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대표로 취임한 이인재 변호사는 의료사고를 당한 서민들이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할 때 적극적으로 나서 공익소송을 맡는 법률구조 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상배 선임기자
이 대표와 의료소송의 만남은 사법연수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내의 유산 소식을 듣고 찾아간 산부인과에서 만난 한 의사가 “의료법 전문가가 부족하니 의료전문 변호사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흘려들었는데 변호사 개업 후 이상하게 의료소송과 인연이 닿았다”며 “뭔가 큰 힘에 이끌리듯 의료소송들을 맡게 됐고, 그렇게 소송을 맡은 지 어느덧 15년이 됐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의료사건은 2007∼2008년 맡은 ‘종아리 근육 퇴축술 부작용’ 관련 소송이다. 종아리 근육 퇴축술이란 종아리를 가느다랗게 해준다는 시술로, 국내에서는 2007년 본격 소개됐다. 그러나 시술을 받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부작용을 호소하는 피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 대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당시 그는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피해자를 일일이 만났다. 이 가운데 한 피해자는 아예 변호사 사무실로 출근하다시피 하며 그의 소송 업무를 도왔다. 전체 90여명의 피해자 중 이 대표가 대리한 27명 모두 일부 또는 전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190명이 넘는 의변 회원 중 실제 의료소송만 전문으로 담당하는 변호사는 40∼50명선에 그친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의료전문변호사도 올해 3월 기준 89명에 불과하다. 그는 “의료사고 당사자는 신체적 피해로 소송 후에도 오랜 기간 고통을 받게 되는데, 정작 전문성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개원 후 의사 출신 변호사가 늘고 있으나 대부분 수입 문제로 의료전문 변호사의 길을 외면한다고 한다.

“꼭 의사 출신 변호사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사명감을 갖고 의료전문 변호사에 도전하길 바랍니다. 꾸준히 평생 공부한다는 자세로 의료전문 변호사가 되면 시간이 흘렀을 때 아마도 전문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변호사가 돼 있을 겁니다.”

이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의변의 4대 사업을 발표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의료문제 변호인단’ 구성이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같은 집단감염 사고에 법적 대응을 하려고 공익소송단을 만드는 사업이다. 의료사고를 당한 서민들이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할 때 의변이 나서 공익소송을 진행하는 법률구조 사업도 있다. ‘의약품 부작용 바로알기 본부’를 통한 캠페인도 빼놓을 수 없다. 약사 출신 이남경 변호사가 본부 운영을 맡아 각종 의약품의 부작용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의 사업을 보는 의료계 시선이 곱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업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의료계도 함께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회를 상대로 하는 다양한 입법 촉구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과거 환자단체와 연합해 이른바 ‘종현이법’(환자안전법) 제정에 앞장선 적이 있다. 환자에게 발생한 의료사고 내용을 정부에 보고하고 전국 모든 병원 의사들과 공유함으로써 재발을 막자는 취지의 법률이다. 그는 “무엇보다 의사들이 환자 진료기록을 투명하게 기재하게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 본인이 스스로의 실수를 진료기록에 ‘잘못’이라고 밝히는 일이 거의 없는 현실을 바로잡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료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 기록에 남겨야만 의료사고 때 원인 파악과 사실관계 입증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진료기록 수정과 삭제 및 추가기재 시 전자의무기록(EMR)에 모든 근거자료가 남도록 의무화하고, 또 환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자신의 진료기록 원본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반드시 입법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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