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도 그들은 사람을 잘못 골랐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중국어를 공부했지만 ‘이얼싼’밖에 모르는 나다. 영어는 ‘아임 파인 생큐’ 이외에는 문장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다. 그 사실을 중국어로, 영어로 알릴 수도 없었기에 난감했다. 고난이 시작됐다.
이도형 정치부 기자 |
잠수교 근처로는 버스도 없었고, 지하철 환승은 불편했다. 이를 설명할 실력도 되지 않았다. 택시만이 답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여자아이한테 말했다. “Taxi”라고. 알아듣는 것 같았다. 아이가 중국어로 열심히 자신의 가족들에게 설명해 주는 동안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근처까지 올 택시를 수소문해 보았다. 계속 ‘연결 실패’만 떴다. 당황했다. 문득 한국관광공사로 전화를 해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공사 콜센터 전화번호를 찾은 뒤 전화를 걸었다. 그땐, 그 전화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러나 관광공사 안내원은 자신들이 콜택시를 부를 능력이 안 된다고 했다. 휴일이라 출근한 사람들이 없는 것도 이유라고 했다. 그들이 도와준 것은 중국어로 “택시를 타실 건가요?”라고 가족들에게 물어본 것뿐이었다. 근처 어디에서 택시가 잘 잡힌다거나 대중교통을 어떻게 타고 가면 호텔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은 없었다.
결국 그 중국인 가족들이 호텔로 갈 수 있었던 것은 나를 만난 지 한 시간이 지나서였다. 그동안 여자아이의 동생은 울음을 터뜨렸고, 중년의 어머니·아버지는 다투는 것 같았다. 올해 내가 겪은 일 중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마지막에 택시를 탈 때 중국인 가족들은 나에게 고맙다고 했지만, 그 말이 진심으로는 들리지 않았다. 중국으로 돌아간 그들의 머릿속에는 한국 여행 중 답답하게 기다리던 그 한 시간이 기억에 가장 오래 남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관광공사가 택시를 잡아줬으면 어땠을까. 중국인 가족들은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이고, 나는 땀을 흘리지 않은 채 좋은 기분으로 잠수교를 건넜을 것이다. 관광공사가 무책임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상황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응시스템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엔 외국어 실력이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외국인들에게 그런 ‘불운’을 계속 겪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 모두가 외국어를 배우는 것보다는 관광공사가 그런 시스템을 갖추는 게 좀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
이도형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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