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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외국인 관광편의 증진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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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03 20:40:04 수정 : 2016-10-04 01: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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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이 너무 붙었어. 조심해.”

지난 5월 일본 후쿠오카를 여행할 때 현지에서 차량을 렌트했다. 외국에서, 그것도 우리나라와 핸들이 반대편에 있고, 차량 진행 방향이 반대인 일본에서 운전은 녹록지 않았다. 핸들이 차량 오른편에 있다 보니 좌회전할 때 차량 폭을 감안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이럴 때 옆자리에 앉은 아내가 주의를 줘 사고를 피했다. 하지만 운전보다 더 어려운 점은 목적지 찾기였다. 내비게이션은 한국어로 음성지원은 됐지만, 목적지 입력은 일본어와 영어로만 가능했다. 우리 부부는 일본어를 전혀 몰랐다. 이런 일본어 문맹 부부에게 희망이 보였다. 일본 렌터카 회사에서 관광지 고유 번호인 ‘맵코드’를 알려줬다. 여행지마다 부여된 고유 번호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면 목적지가 나오는 것이다. 차량 렌트 여행의 걸림돌이 한순간 해소됐다.

차량 렌트의 어려움을 해소하니 후쿠오카에서 2∼3시간가량 떨어진 유후인과 벳부를 가는 것 역시 고민거리가 안 됐다. 씀씀이도 달라졌다. 차량 렌트 비용은 물론이고, 무게 때문에 고심했던 각종 기념품 역시 차에 싣고 돌아다니면 되니 걱정하지 않고 구입할 수 있었다.

특히 대중교통편이 잘 발달하지 않은 지방이기에 자유여행을 망설였지만, 렌트 후 맵코드를 활용해 운전을 하니 아이들이 있어도 수월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의 서울 쏠림 현상이 매우 심하다. 최근 자유여행이 느는 것을 감안하면 대중교통이 발달한 서울로의 여행객 쏠림은 더욱 심해질 듯싶다. 이는 외국인들이 지방 여행을 가고 싶더라도 갈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기차나 고속버스표 구입은 하나의 모험이다. 자칫 표를 잘못 구입해 다른 곳으로 가는 건 아닌지 두려움이 앞선다. 외국 여행에서 버스나 기차표를 직접 구입해 본 경험이 있는 한국인이라면 느꼈을 감정이다. 외국인이 수월하게 지방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K트래블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코스가 한정돼 있고, 그나마도 2018년까지만 운영한다.

이귀전 문화부 차장
한국에서 외국인이 차량을 렌트해 여행을 하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든 상황이다. 일본어를 못하는 한국인은 일본에서 맵코드를 활용해 여행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 중 두 번째로 많은 일본인은 한국어를 못하면 내비게이션 목적지 설정 등이 용이치 않다. 다른 언어를 쓰는 외국인들은 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외국인이 한국을 찾아 원하는 방식으로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관광 인프라 마련이 절실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관광 인프라 개발보단 그저 지갑을 열게 만드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10월 말까지 대규모 쇼핑관광축제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열린다. ‘코리아그랜드세일’에서 이름만 바꾼 행사로 대상이 내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정체조차 불명확하다. 내외국인 누구든 돈만 쓰라는 얄팍한 상술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이 돈을 쓰게 하려면, 쓰고 싶게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일 듯싶다.

이귀전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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