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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환철의법률이야기] 인공수정으로 낳은 아이 친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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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04 20:48:00 수정 : 2016-10-04 2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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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 안 했을 땐 일단 엄마 혼외자 / 친권 부인한 무정자증 남편 1심 패소
민법 제844조 1항은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는 부의 자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규정이기는 하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자연적인 생식방법뿐 아니라 인공수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아기들이 태어나고 있는 지금의 경우에는 위 규정의 적용범위를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인공수정이란 인위적인 시술에 의해 수태하게 하는 것이다. 1978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체외수정에 의한 시험관 아기가 태어나면서 소위 ‘생식혁명’이 시작됐다. 인공수정은 첫째, 생식체(정자, 난자)의 근원이 부부 또는 그중 어느 한쪽인가 아니면 부부가 아닌 제3자인가. 둘째, 수정된 장소가 체내(난관)인가 아니면 체외(시험관)인가. 셋째, 임신장소가 의뢰인의 자궁인가 대리모의 자궁인가 등의 조합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생식체의 근원과 관련해서는 배우자의 정자를 사용하는 AIH의 경우와 비배우자의 정자를 사용하는 AID의 경우가 있다. AIH에 의해 출생한 아기의 친자관계는 인공적인 기술이 사용됐을 뿐 부부의 정자와 난자의 결합에 의해 태어난 경우이므로 통상의 자녀와 마찬가지로서 민법 제844조에 의해 친생자로 추정받는다.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부부인 상태에서 AIH에 의해 아기를 출생케 한 경우에는 태어난 아기는 일단 모의 ‘혼인 외의 자’가 되지만, 그 후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민법 제855조 제2항 ‘혼인 외의 출생자는 그 부모가 혼인한 때에는 그때로부터 혼인 중의 출생자로 본다’는 규정에 의해 혼인 중의 자녀로 인정된다. 이를 준정(準正)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AID는 좀 복잡하나 만일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한 경우에 한해 AID에 의해 출생한 아기는 친생추정을 받는 혼인 중에 출생한 자녀가 되고 남편은 태어난 아기가 친생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서울가정법원에서도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을과 혼인한 갑은 자신이 무정자증이라는 사실을 알고 을과 합의 하에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시술을 했고 그 이듬해 병이 태어났다. 그런데 그 이후 부부갈등이 시작됐고 갑 부부는 2013년 8월 이혼 절차를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갑은 병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며 소송을 냈다. 갑은 소송에서 “인공수정에 동의한 적이 없고 묵인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배우자가 있는 자가 제3자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할 경우 배우자의 협력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을이 갑 몰래 병원에서 제3자의 정자를 통해 임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갑이 병의 출생에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은 채 친자로 출생신고를 마친 것을 볼 때 갑은 을이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병을 출산하는 데 동의한 것이 맞다. 이에 병은 민법의 친생자 추정에 관한 규정에 따라 갑의 친생자로 추정되므로 갑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위 사건에 관한 상급심의 최종적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나, 위 법원의 판단은 긍정할 수 있다고 보인다.

변환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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