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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무이주(無彛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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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06 00:59:34 수정 : 2016-10-06 00: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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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는 게 지나치면 개인은 패가망신한다. 왕은 나라를 잃기도 한다. 중국 상고시대 주나라가 상나라를 멸하고 새로운 통치를 시작했지만 백성들은 술 탐닉의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이에 주나라는 술 경계령을 내린다. 주나라 무왕의 아버지 문왕은 관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늘 술에 빠져 있지 말아라. 나라의 백성들도 마실 수 있지만 국가의 제사 때나 마시되 조심하고 취하지 말아야 한다.(無彛酒 越庶局飮 惟祀 德將無醉)”

훗날 공자가 이상적인 국가로 그리워했던 주나라 초기의 모습이 이랬다. 그래서일까. 공자의 음주에 대해 ‘논어’ 향당(鄕黨)편은 이렇게 적고 있다. “오직 술에는 제한이 없으셨지만 취할 때까지 드시지 않았다.(唯酒無量 不及亂)”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술을 마실 적엔, 노인들이 나가면 곧 따라나갔다(鄕人飮酒 杖者出 斯出矣)”고 했다. 이 내용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의와 신뢰의 법칙이 되므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향당편은 주유천하를 마치고 낙향한 후에 ‘공자의 언행과 처신, 그리고 의식주에 걸친 일상생활을 기록한’ 편으로 보면 된다. 물론 인간사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음주를 해도 ‘낭만’이 있어야 한다. ‘주선(酒仙)’으로 불리는 이태백을 만나보자. 그의 시에는 거의 술이 등장한다. ‘홀로 술을 마시며(獨酌)’라는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하늘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하늘에 주성이 없을 터(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땅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땅에 주천도 없었겠지(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 옛말에 맑은 술은 성인 같고 탁한 술은 현인 같다니( 已聞淸比聖 復道濁如賢)/ 내 이미 성현 같은 술 마셨거니 굳이 신선 찾으랴.(賢聖旣已飮 何必求神仙)”

일부 사회지도층의 문란한 음주문화, 대학 캠퍼스 등지에서 폭음 강요 등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김영란법이 아니더라도 ‘공짜술’과 주태를 개선할 때다. 난잡하게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공자와 술 한 잔에 시 한 편이 나오는 이태백이 그립다. 술은 적당히, 낭만적으로!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無彛酒 : ‘술에 빠져 있지 말라’는 뜻.

無 아닐 무, 彛 항상 이, 酒 술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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