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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말벡의 고향 프랑스 까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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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05 23:57:29 수정 : 2016-10-05 23: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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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오르 자연 그대로 담는 내추럴 와인 마스 델 페리에

 

레드품종 말벡(Malbec)은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나무향, 민트, 블랙커런트의 향이 많이 나고 진한 컬러가 돋보이는 말벡은 탄닌이 강한 풀바디 와인으로 아르헨티나의 정열적인 탱고를 연상케 합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와인하면 대개 말벡을 떠올리게 되지요. 

 

마스 델 페리에 말벡 와인들
사실 말벡은 프랑스 품종입니다. 한때 보르도와 루아르에서 번창했답니다. 하지만 포도나무 뿌리를 병들게 해 결국 죽게 만드는 진드기 필록세라(phylloxera)가 1860년대 미국에서 유럽으로 번지면서 유럽 포도밭의 70%이상이 초토화됩니다. 이때 말벡은 프랑스에서 멸종하고 맙니다. 그런 말벡이 우여곡절끝에 오랜 시간이 지난뒤 환경과 기후가 잘 맞는 아르헨티나에서 다시 활짝 꽃피게 됩니다. 그래서 말벡은 ‘위대한 시간의 여행자’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답니다.

 
프랑스 까오르의 마스 델 페리에 말벡 포도밭 출처=홈페이지
그런 말멕이 프랑스에서 복원돼 새롭게 조명받는 품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멸종된 말벡을 되살려낸 이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말벡 재배의 역사를 지닌 프랑스 남서부의 와인산지 까오르(Cahors) 지역 생산자들입니다. 까오르는 B.C. 50년 갈로-로만(Gallo-Romaine) 시대때부터 와인 생산지로 명성으로 떨치던 말벡의 본고장입니다. 1800년대까지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와인 생산지였지만 필록세라 이후 황폐화 됐다가 몇몇 생산자들이 다시 이곳에서 말벡을 되살려내 까오르의 명성을 재건했습니다. 

 
마스 델 페리에 로고 출처=홈페이지
까오르의 말벡을 되살려낸 와이너리 7곳중 하나가 마스 델 페리에(MAS DEL PÉRIÉ)입니다. 말벡이 70%만 들어가면 따나, 메를로 등 다른 품종을 블렌딩해도 카오르 AOC 등급의 말벡으로 인정됩니다. 그러나 델 페리에는 오직 말벡 100%만으로 고집스럽게 와인을 빚어냅니다. 특히 이 5대손인 파비앙 쥬브가 양조를 전담하면서 총 22헥타르의 포도밭을 유기농(Organic)과 비오디나믹(Biodynamic) 농법으로 전환, 자연의 순수함과 떼루아의 느낌을 그대로 담은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을 생산하고 있답니다. 내추럴 와인은 포도 농사와 와인 양조과정에서 일체의 화학적인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와인으로 병에 담을때도 여과과정 없이 그대로 담습니다. 

샤토 라마르틴(Chateau Lamartine)도 까오르 말벡 재건에 성공한 생산자입니다. 라마르틴은 말벡 90%에 메를로를 10% 블렌딩해 좀더 부드러운 와인을 빚어냅니다. 깔베 까오르 말벡(Calvet Cahors Malbec)도 말벡 100% 와인입니다. 1818년 장 마리 깔베가 설립한 깔베는 200년에 가까운 와인 양조 역사를 자랑하며 까오르 와인의 정수를 제대로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같은 품종이지만 대서양의 영향을 받는 고원지대에서 생산하는 까오르 말벡은 아르헨티나 말벡보다는 과일향이 풍부하고 좀더 섬세한 복합미와 산도가 특징입니다. 또 5년~10년정도 장기 숙성도 가능합니다.


<까오르 대표 말벡 와인>
마스 델 페리에는 ‘까오르의 부르고뉴 와인생산자(Bourgogne wine producer)’로 풀린다. 부르고뉴 와이너리들이 품질이 뛰어난 크뤼(Cru) 포도밭을 관리하듯 각기 다른 떼루아를 지닌 최상의 포도밭 4곳을 선별하고 세분화해 최고 품질의 말벡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마스 델 페리에레의 말벡은 섬세하고 우아한 맛과 향, 부드러운 탄닌의 질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와인 보틀도 아래쪽이 넓은 부르고뉴 스타일 보틀을 사용한다.

마스 델 페리에 레 제스퀴르
마스 델 페리에 레 제스퀴르(MAS DEL PÉRIÉ LES ESCURES) 2015는 수령 40년이상의 나무에서 생산된 말벡 100%로 빚는다. 자연 효모로 30일간 발효한다. 짙은 자두, 블랙 커런트와 같은 풍부한 과일 향과 스모키한 풍미, 효모 풍미가 조화를 이루며 복합적으로 피어 오른다. 탄닌은 입 안을 부드럽게 감싸며 꽉 짜인 밸러스 덕분에 단단한 구조감을 느낄 수 있다. 

마스 델 페리에 레 자카시아
마스 델 페리에 레 자카시아(LES ACACIAS) 2012는 수령 40년된 말벡 100%로 빚는다. 연간 1만병만 소량생한다. 깊고 진한 석류 빛을 띠는 레 자카시아는 시간이 지나면서 섬세하고 복합적인 향이 서서히 올라오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여유있게 즐기는 것이 좋다. 관능적이며 글래머러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화려한 스타일의 와인이다. 또 부드러운 볼륨감과 탄탄한 힘이 느껴지는 구조감을 지녔고 농밀한 과실 풍미와 세련된 탄닌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샤토 라마르틴 말벡
샤토 라마르틴(Chateau Lamartine)은 말벡 90%, 메를로 10%다. 맑은 느낌의 와인으로 부드러운 나무향이 느껴지고 약간의 감초향이 더해진다. 으깬 붉은 과일의 신선함와 너무 과하지 않은 베리류의 부드러움이 입아을 가득 채운다. 전체적으로 잘숙성된 과실의 느낌인데 잘익은 블랙베리의 화려함과 무화과, 담뱃잎향, 스파이시향이 입안을가득 채운다. 빵, 쵸코렛, 크림, 바닐라 향이 피니시로 이어진다.

깔베 까오르 말벡
깔베 까오르 말벡은 말벡 100%다. 짙은 보라색을 띠며 풍부한 블랙 베리류의 향과 함께 오크 숙성을 통한 타바코의 부케가 꽃향기와 잘 버무려진다. 훌륭한 구조감과 함께 완벽한 균형감을 갖췄다. 시즈닝 된 고기류, 치즈류와 잘 어울린다. 깔베는 보르도 와인 역사의 중심인 레 샤트롱(Les Chartron) 거리에 위치한 유일한 네고시앙이다. 매년 7000여 개의 샘플 와인 중 엄격한 선별과정으로 오직 5% 미만의 뛰어난 와인만을 출시한다. 영국, 일본 등 전통적인 와인소비국에서 프랑스 와인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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