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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그인] 씁쓸한 공감 ‘약치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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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06 21:39:44 수정 : 2016-10-06 21: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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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잘 안 나오고 매사에 의욕도 없고…” “실어증입니다. 일하기 싫어증”

얼마 전 무심하게 SNS 피드를 구경하다 한 장의 그림에 시선이 멈췄다. 흥미로웠다. ‘사이다’ 같은 글귀와 그림이 내 눈과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아버렸다. 분명히 회사원들의 심금을 울릴 더 많은 그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의 출처를 찾고 싶었다. 몇 번의 검색 끝에 ‘약치기 그림’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았다.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시죠”

“거래처에 전화는 넣었나?” “목구멍에 밥부터 좀 넣고요”

그 페이지에는 직장인이라면 무릎을 치며 공감할 만한 멘트를 곁들인 ‘완벽한 한 장의 그림’들이 넘쳐났다. ‘내가 이렇게 공감하는데 다른 사람의 시선도 사로잡을 것’이라는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 작가의 그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팍팍한 일상 속에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마음 한편에 응어리를 켜켜이 쌓아놓고 살아간다. 그런데 ‘약치기 그림’이 그 하지 못한 말들을 후련하게 대신해주고 있는 것이다. 위트까지 더해서.

‘약치기 그림’을 그린 양경수 작가는 “일상이 팍팍하고 지루하잖아요. 그래서 약을 치는 그림을 그려봤어요”라고 말한다. ‘약을 친다’는 뜻은 힘든 세상 속 병든 현대인에게 약을 준다는 의미란다.

‘약치기 그림’에 위로 받는 나도 일상이 팍팍한 직장인이다. 하지만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기쁨을 온라인에서 찾는 현실이 씁쓸해졌다.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갑자기 그리워져 주위를 둘러보게 됐다.

김지연·디지털미디어국 소셜미디어부 기자   
사진출처=‘약치기 그림’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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