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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디지털멜로 ‘립반윙클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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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07 00:42:26 수정 : 2016-10-07 00: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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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소셜미디어(SNS)는 현대인의 대표적인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인들이 SNS를 통해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오랜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사람을 직접 만나 대화하기보다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립반윙클의 신부’는 SNS 시대를 배경으로 사람들과의 소통을 그린다. 주인공 나나미(구로키 하루)는 모든 일상을 SNS로 살아가지만 립반윙클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인물과 친구가 되면서 진짜 세상을 만나게 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는 현대인들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나나미는 SNS를 통해 상대방과 소통하지만 한편으로 의심을 품는다. SNS에서 자신이 가식적인 것과 같이 상대방 역시 그럴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관계에 대한 진중함보다 자신을 포장하고 이미지만을 내세우는, 나나미의 고민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고민이다.

SNS의 양면성을 경고한다. 소극적이고 소심한 나나미는 SNS를 통해 남편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인터넷상에서 살짝살짝 과장을 곁들였던 그의 깜찍한 거짓말이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결국 이혼을 맞는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현대인들의 관계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일시적이며 또한 기만적이다. SNS에서 이러한 특징은 더 극대화된다. 가식과 가짜의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은 SNS로 가볍게 인간관계를 맺는다. 감독은 이러한 시대를 한탄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진실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선 진짜 세상에서 그의 진가를 확인하라며 관계에 대한 진정성과 진중함을 강조한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예리한 통찰력 또한 빛난다. 감독은 현대 일본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일본뿐만이 아니라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낯선 타인과 쉽게 소통하지 못하면서 SNS를 통해서는 모르는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속내를 드러낸다. 더욱이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듯 포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나홀로, 혼술과 혼밥을 즐긴다. 영화는 거짓된 삶, 폐쇄적으로 숨어살기보다 직접 현실과 부딪치며 진짜 세상으로 나오라고 말한다.

영화 ‘러브레터’의 디지털판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러브레터’, ‘4월 이야기’ 등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러브레터’에서는 편지를 매개로 사랑에 관한 아련한 추억을 선보였다. 1990년대 후반 우리 영화에는 없었던 감성멜로를 통해 전설이 되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을 좋아하는 영화 팬이라면 이번 작품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일 것이다. ‘러브레터’가 과거 아날로그 방식의 소통을 다뤘다면 ‘립반윙클의 신부’는 디지털 매체를 매개로 한 만남과 사랑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디지털 시대의 외롭고 나약한 인간과 사랑에 대한 것이지만 영상과 대사는 아날로그적이며 감성적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12년 만에 내놓은 신작 ‘립반윙클의 신부’는 차가운 현실과 현실이 아닌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지면서 냉철함과 따듯함이 공존하는 영화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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