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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신명 사라진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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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1 01:20:35 수정 : 2016-10-11 01: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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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를 잃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지켜본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개막해 11일로 엿새째 일정에 접어들었지만 예년과 달리 들뜬 분위기가 아닌 다소 풀죽은 모습이다.

영화 ‘다이빙벨’ 상영으로 촉발된 갈등과 주요 영화단체의 불참, 태풍 ‘차바’로 인한 행사장소 이전,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따른 각종 행사의 취소 등 세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축제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한 탓이다.


김신성 문화부 차장
개막 하루 전 남부지방을 강타한 태풍은 해운대에 설치된 비프(BIFF) 빌리지를 파손했다. 이곳에서 열릴 행사가 영화의전당으로 옮겨 치러지고 있다. 비프 빌리지는 감독과의 대화, 주요 배우 인터뷰와 야외무대인사, 핸드프린팅 등이 열리는 장소다. 영화의전당에서 공식적인 행사가 진행된다면 비프빌리지에서는 영화인과 팬들이 교류하는 행사가 열려 축제의 흥을 돋우곤 했다. 탁 트인 해운대 바닷가에 비해 영화의전당은 닫힌 공간이라 유동인구가 자유롭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김영란법 시행도 축제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 국내 대표 투자배급사는 올해 파티를 열지 않았다. 법 시행 초기라 어떤 부분이 법에 저촉될지 알 수 없어서 아예 행사를 취소했다. 이들은 그동안 BIFF 기간에 호텔 등에서 파티를 열어 개봉을 앞둔 영화와 제작·기획 중인 작품들을 미리 소개하곤 했다. 1000명 이상의 영화인들이 참석하는 파티에서는 관련 비즈니스와 상호 교류가 이뤄졌다. 하지만 파티가 사라지면서 BIFF를 찾는 영화인들도 줄어, 24시간 영업하던 미포항의 횟집들도 밤 11시면 문을 닫는다. 법이 축제에까지 일괄적으로 적용되자 현지의 한 영화인은 “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매년 열려 온 파티나 뒤풀이까지 사라진다면 축제 분위기가 가라앉아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BIFF를 숨죽게 하는 가장 큰 요소는 영화제 측과 부산시 간 갈등의 후유증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여파는 크다. 국내 중견 감독들은 예정대로 한국영화감독조합의 BIFF 보이콧 방침을 따랐다. 조합 대표인 봉준호 감독과 부대표인 류승완·변영주·최동훈·정윤철 감독 그리고 박찬욱 감독 등은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상급 배우들 역시 불참했다. 부산시의 사과와 해명 없이 열리는 영화제는 거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영화인들은 BIFF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레드카펫에 섰다. 이들은 ‘Support BIFF, Support Mr. Lee’(BIFF를 지지하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응원한다)라 적힌 스티커를 나누어 주기도 한다.

영화의전당에서 만난 세계적인 평론가 토니 레인스는 “중립을 지켜야 할 시장이 노골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한 것은 파쇼적 행동”이라며 “부산시장이 모든 고소를 취하하는 게 가장 쉬운 해결책”이라고 조언한다.

아직 나흘 남았다. 예전의 ‘신명’나던 BIFF를 다시 보고 싶다.

김신성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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