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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작지만 큰 사랑… 리우의 천사 서수연 ‘금메달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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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3 19:24:54 수정 : 2016-10-13 19: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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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사회학자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최근 저서 ‘특혜와 책임’에서 “우리나라는 돈 많고 지위 높은 상류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높은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외면하기 때문에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한다”고 했다. 특혜를 받는 계층이 희생과 봉사, 배려 정신을 발휘하지 않아 사회통합이 더디다는 내용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최근 스포츠에서도 화두다. 우승상금이나 연봉, 후원금 등 거액을 손에 쥐면서 따듯한 마음을 실천하는 선수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KB금융그룹)와 ‘장타여왕’ 박성현(넵스)은 지난달 각각 1억원을 쾌척했다. 이처럼 일부 선수들이 선행을 베풀지만 외국처럼 일상적이지는 않다. 오죽하면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위원장은 “고액 연봉을 받는 후배 야구인들의 기부가 늘어나면 좋겠다”고 했을까.

지난 11일 광주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지역 어르신을 위한 사랑나눔 무료급식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를 연 주인공은 리우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탁구 은메달리스트 서수연(30·사진)이다. 슈퍼모델을 꿈꾸던 그는 의료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실의에 빠져 있던 그는 탁구로 새로운 삶을 찾았다. 이 복지관은 그가 라켓을 휘두르며 새 희망을 키운 곳이다.

리우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던 서수연은 아쉽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하나 더 따 2개 메달을 품에 안고 귀국했다. 아직 포상금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는 사비로 지역 어르신과 장애인 약 350명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서수연은 “그동안 운동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어서 마련했다”고 부끄러워했다.

서수연의 무료급식 행사는 박인비, 박성현의 1억원 기부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기부문화가 익숙지 않은 장애인체육에서 나왔기 때문에 귀감이 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이 소식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 장애인체육에서는 손에 꼽히는 일이다. 장애인이 스포츠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것만 해도 박수를 받는데 젊은 장애인 선수가 선행을 베풀어 귀감이 될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심지어 서수연은 실업팀이 없어 일정한 수입도 없다. 정해진 국가대표 훈련일 외에는 자비를 들여 연습한다. 자신도 넉넉지 않은데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에 지역 어르신들도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장애인 스포츠 선수는 선수에 앞서 장애인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약자에 속한다. 하지만 나눔은 돈이 많거나 적음을 떠나서 실천할 수 있는 의지에 있다는 것을 서수연이 보여준 셈이다.

지금은 밥 한 끼이지만 서수연은 더 많은 주위 사람을 돕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요즘 장애인뿐만 아니라 청소년, 청년 할 것 없이 다들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서수연은 오는 21일부터 아산에서 열리는 제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또 리우에서 못 이룬 금메달 꿈을 2020년 도쿄에서 이루려고 다시 운동화 끈을 조였다. 리우 패럴림픽 금메달은 놓쳤지만 선행만큼은 서수연이 금메달이다.

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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