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의 진동이 공기를 떨게 만들어 소리가 나온다는 사실이야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지만, 진동이라는 것조차 진공상태에서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잖아요? 그러고 보면 그 혼령들이 없으면, 소리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유난히 바람이 거세진 날은 문을 걸어 잠그고 바깥에 들려오는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봐요. 웅웅거리기도 하고,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아우성치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지요. 그런 날은 조심해야 해요.
돌아보니 오래전 이런 시각으로 바람을 쓴 적이 있다. 바람이라는 존재는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데 사물의 흔들림으로만 겨우 인지할 따름이어도 사람들은 철석같이 그 존재를 믿는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들은 바람 말고도 많다. 사랑이, 행복이, 눈에 보이는가. 만질 수 없지만 느낌은 충만해서 누구도 그 감정을 부인할 수 없다.
대중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술렁인다. 그의 대표곡 두 개를 꼽으라면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으로 국내에 번안된 노래와,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g on Heaven’s Door)를 주저없이 꼽을 것이다.
존재는 믿지만 보이지 않는 그 바람만이, 대기에 미만한 혼령들만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서글프다.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진정한 인생을 깨달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쏟아져야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까. 밥 딜런은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답을 알고 있다고 노래했거니와 지상의 답 없는 질문에서 해방되려면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밖에 정녕 길은 없는 걸까. knock knock knockin’ on Heaven’s door…….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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