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경희궁갤러리] 경건한 침묵, 비움의 아름다움

관련이슈 경희궁 갤러리

입력 : 2016-10-18 21:05:34 수정 : 2016-10-18 21:05: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산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공간 종묘
도시는 번잡한 곳만 있으면 멸망하게 된다. 경건한 공간인 무덤과 종교시설이 있어야 유지되기 마련이다. 건축가 승효상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난삽하기 그지없는 도시 서울이 멸망하지 않는 것은 종묘가 한가운데서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는 경건한 영역이 서울을 지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종묘는 조선시대 왕과 왕비, 공신 등의 신주를 모셔놓고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세계 건축계가 극찬하는 종묘는 정전 앞에 위치한 빈공간이 주목을 받고 있다. 평지보다 1m가량 높게 조성된 월대는 제례가 열리는 곳으로,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는 공간이다.

승효상은 “종묘의 아름다움은 월대에 있다”며 “오후 4시쯤 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갈 시점에 부슬부슬 비라도 내리면 정말 감동적”이라고 했다. 비움의 아름다움이 실체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월대을 바라보고 있자면 정적의 공간, 침묵의 세계가 뭔지 알 것만 같다.

오늘의 서울은 무덤과 납골당 등이 혐오시설로 몰려 저 멀리 도시밖으로 쫓겨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덤의 공간을 곁에 두고 있는 서구 및 일본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승효상은 명동성당 지하개발도 납골당 시설을 주장했다. 하지만 상업시설 등으로 채워졌다. 죽은 자의 공간은 혐오시설로 내몰리고 종교적 공간은 상업시설로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 서울의 자화상이다.

서울의 지속성을 위해서도 경건한 공간에 대한 재인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침묵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절실한 시대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