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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미칼럼] 문재인과 북핵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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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8 23:06:57 수정 : 2016-10-18 23: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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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자주파 충돌 잦던 노무현정부
송민순 회고록 파문 핵심은
1등 야권 주자의 대북·대미관
달라진 북핵 패러다임에 맞춰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인터뷰하기가 좀 까다롭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코멘트를 따려면 자기 발언이 어느 정도로 취급되는지부터 묻는다. 인터뷰한 내용이 발췌돼 실리면 자신의 뜻이 곡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고 분량에 맞춰 코멘트를 하면 전부 실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직업외교관 출신답다. 그런 그가 550쪽 넘게 쓴 회고록 가운데 8쪽 분량에 정치권이 들썩이니 “기가 막혀”할 만하다. 그는 “책 전체 흐름을 봐야지 일부만 보면 안 된다”지만 노무현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사전 북한 협의’ 기록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노무현정부 만큼 외교안보 현안을 놓고 내부 의견 충돌이 잦았던 정부도 드물다. 정권 출범 초부터 (한·미)동맹파와 자주(외교)파의 대립 구도가 거론됐다.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근무했던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노무현정권 전반기 동안 자주파와 동맹파 간의 사활을 건 싸움으로 청와대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책에 썼다. 2004년 윤영관 외교부 장관 경질이 대표적 사례다. “외교부 일부 직원들이 과거의 의존적인 대외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참여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자주적 외교정책의 기본정신과 방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공·사석에서 국익에 반하는 언행을 수차례 반복했다.” 당시 윤 장관 경질 배경에 대한 정찬용 대통령 인사수석비서관의 설명이다.

황정미 논설위원
후보 시절 ‘반미면 좀 어떠냐’는 노 대통령 발언은 ‘협력적 자주국방’ 구상으로 진화했다.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는 측근들과 한·미동맹 외교에 치중했던 정통 관료들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정권 실세로 불렸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이라크 파병을 계기로 드러난 외교안보 부처 내 노선 갈등은 그동안 한·미동맹 조정 사안이나 대북 정책에서 사사건건 부딪치며 누적돼왔던 것”이라고 했다.(저서 ‘칼날 위의 평화’) 그 갈등의 원천은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에 대한 서로 다른 답이었다. 윤영관은 한 월간지 대담에서 “장관 재임 때 남북관계와 한·미동맹은 상호 보완적인 것이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리가 노무현정부에서 먹혀들지 않았다”고 했다.

송민순 회고록에서 드러난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을 둘러싼 논란은 내부 노선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다. 엘리트 외교관·군 출신인 송민순·김장수는 찬성을, 대통령 측근인 이재정·백종천·김만복은 기권을 주장했다. “아주 격하게 토론을 벌였다”는 참석자들의 기억은 엇갈린다. 이재정 등은 ‘사후 통보’를 주장하는데 언제, 어떤 경로였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시점이 언제였든 외교라인은 그 과정에 빠졌던 게 분명하다. 2차 남북정상회담 발표 당일에야 미 국무장관에 연락하며 “얼굴이 화끈거렸다”는 일화도 양 측 간 불신의 깊이를 보여준다.

이번 논란에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문재인 전 대표 말대로라면 그의 역할은 회의 참관인이나 중재자에 그쳤다는 얘기다. 실제 그랬는지는 회의록을 봐야 알 수 있다. 그 경위가 궁금한 건 문 전 대표가 국가 사안을 결정하는 차기 군통수권자 자리에 가장 근접한 야권 주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 전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정책 승계를 내세웠다. ‘햇볕정책’ 설계·집행자들이 캠프에 대거 참여했다. 지금 그는 ‘안보정당’을 말하지만 노무현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 그가 꿈꾸는 게 ‘노무현정부 2기’가 아니라면 9년 전 일을 기억하진 못해도 “북한과의 사전 협의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된다”고 딱 잘랐어야 한다.

2017년 대선은 북한이 핵기술 완성도를 높일 6차 핵실험 강행 후 치러질 공산이 크다. 남북관계는 물론 북핵 협상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밖에 없다. 내달 결정되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되든 강경 대북 정책을 예고한 상태다. “비핵화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 북한과의 대화는 시간낭비다.” 최근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 외교안보 참모의 발언이다. 문재인은 미국 새 정부와 함께 북핵을 정면에서 다룰 준비가 돼 있는가. 회고록 파문을 지켜보며 든 의문이다.

황정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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